민족사랑방이 출간한 ‘김일성 회고록’ 표지. 인터넷 갈무리
국내 한 출판사가 출간한 ‘김일성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대해, 교보문고가 “고객 보호”를 위해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해당 책이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판단된 적이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난 23일 대책회의를 열고, <세기와 더불어> 신규 서적은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서점이 갖고 있는 것은 출판사쪽에 반납하고, 인터넷 서점에서는 노출되지 않도록 조처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출판사 ‘민족사랑방’은 과거 통일부 허가 비영리법인인 ‘남북교역’이 특수자료 취급 인가 기관에 공급할 목적으로 북한에서 들여온 김일성 회고록 판본을 국내 출판물로 만들어 지난 1일 판매를 시작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출판신고제를 채택하고 있어, 간행물윤리위원회나 법원에서의 판매 금지 관련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서점에서 판매를 중단할 근거나 이유는 없다. 다만 교보문고 쪽은 “지난 2011년 해당 출판물을 소지하고 있던 사람이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우리 서점에서 책을 산 고객이 법적인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8월 북한 체제를 배우겠다고 방북한 40대 남성이 들여온 “북한이 대외 선전용으로 발간한 김일성 회고록 등은 이적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 주석의 출생부터 해방 전 항일무장투쟁, 즉 1912년 4월부터 1945년 8월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김 주석 생존기에 5권, 사후에 3권이 조선노동당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민족사랑방이 이번에 출간한 것은 8권짜리로, 총판인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 전국 서점에 100부가량 입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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