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수 박 지음, 김경미 옮김/다산기획·1만4800원 19세기 말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은 미국 아동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백인의 시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대목 등으로 인종차별적 태도가 배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한국계 작가 린다 수 박 역시 어린 시절 <초원의 집>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는 주인공 같은 미국인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잘못된 믿음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한다. 린다 수 박은 <초원의 집>의 배경을 거의 그대로 끌어오는 대신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인 엄마와 백인 아빠를 둔 소녀가 주인공이 되는 동화를 다시 써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빠와 함께 사우스다코타로 이사온 주인공 한나는 새로운 마을에 정착하려 하지만, ‘중국인’이라며 대놓고 꺼리고 차별하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주에선 백인과 유색인종이 결혼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시대였다. 어른들은 노골적으로 “우리 아이들과 그 애를 같이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실제로 한나가 학교에 나오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아이들 역시 “더러운 중국인”이라며 한나를 따돌리고 괴롭힌다. 한 아이는 “네 눈은 모양이 아주 다르잖아. 보기에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한나의 아빠는 법을 어기고 유색인종과 결혼한 사람이지만, 서부 개척으로 터전을 잃고 밀려난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해서는 다른 백인들과 다름없이 차별과 경계의 태도를 보인다. 이런 부당한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한나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싸워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되새기며 조금씩 자기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지은이는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진 차별과 혐오의 역사를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한다. “진실을 알아야 공동체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마주할 만큼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 5~6학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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