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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기후변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진짜 위기

등록 2021-04-23 05:00수정 2021-04-23 09:51

대혼란의 시대: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
아미타브 고시 지음, 김홍옥 옮김/에코리브르·1만5000원

<유리궁전>(2000)이란 소설로 알려진 인도 출신 작가 아미타브 고시의 2016년작 <대혼란의 시대>는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에 대해 기존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관점으로 전개한 깊고 넓은 성찰을 담은 책이다. 생태·환경 전문 출판사인 에코리브르가 출판사 탄생 20년을 맞아 야심차게 펴냈다.

책을 열자마자 “논픽션만 있을 뿐, 기후변화를 다룬 진지한 문학 작품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머리를 때린다. 해수면 상승으로 삶터가 물에 잠겼는데도 사람들이 문학과 예술에서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다면, 이것이야말로 ‘대혼란의 시대’로 기록될 터다. 인간이 기후변화라는 심대한 문제를 문학 작품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기후 위기가 본질적으론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란 것이다. 지은이는 태풍과 해일과 같이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을 다루지 못하게 된 근대 소설의 작법으로부터, 자연 또는 ‘비인간’을 과학에 위임하고 왜소해져온 문화와 이를 이끈 근대성의 본질로까지 나아간다. “정확히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을 변화시켜온 그 시기에 문학적 창작 활동이 급격하게 인간 중심적으로 달라졌다.”

이처럼 독특한 태도와 접근은 비서구적 관점에서 제국·제국주의, 자본주의와 기후변화의 관계를 두루 성찰하는 데에서 온다. 기후변화를 만들어낸 결정적 주인공이면서도 최대 피해자인 아시아의 역사와 그 의미를 짚으며, 지은이는 결국 기후변화란 이 행성의 지배종인 인간 존재 자체가 빚어낸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인간의 자유가 무한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계와 제약’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인류세를 극복할 수 없을 거라 지적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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