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 조선사의 현장으로 01
이상호 지음/푸른역사·1만3900원
도적을 잡으러 출동한 조선시대 기찰 군관(범죄인을 추적하던 일종의 경찰) 4명 가운데 2명이 살해되고 2명이 피투성이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적떼가 벌인 짓이라는 보고를 받은 안음(경남 함양군 안의면)현감 심전이 수사에 나선다.
푸른역사가 ‘조선사의 현장으로’ 시리즈 첫 책으로 펴낸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은 270년 전 중앙 정치의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방 관리가 수하들의 죽음의 진실에 이르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책은 검시와 초동수사에 이은 두 차례 피의자 신문, 상급 지방관리가 함께 신문하는 ‘동추’와 ‘고복’, 경상감사가 사건을 최종 검증하는 ‘삼복’까지 과정을 재구성하면서, 조선시대 형사재판이 현대의 심급제와 유사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음현감이 도달한 사건의 진실 한가운데에는 기찰 군관이 도적을 풀어주면서 받은 뇌물 1냥50전이 있었다.
수사 과정도 눈으로 보듯 생생하다. 안음현감은 숨진 군관 가운데 한 명의 사인을 ‘복강 내 출혈’로 추정한다. “칼에 베인 상처가 있지만 깊지 않다. 갈빗대 아래부터 복부는 많이 부어 있었고 만져 보니 단단했다. 등 가운데 아래부터 많이 부어 있고, 왼쪽 옆구리를 만져보니 뼈가 부서진 듯한 소리가 났다”는 것이다.
경상감사 일지, 경상감영의 행정실무서인 ‘영총’, 당대의 법의학서인 ‘무원록’ 등 조선시대 기록유산이 탄탄한 밑바탕을 이뤘다. 한국국학진흥원의 책임연구위원인 저자 이상호는 고색창연한 활자 속 인물들을 현대에 되살려 조선시대에도 ‘사람이 살았음’을 알리는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의 결론.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원님 재판’은 없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