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디디온 스타일’의 원형

등록 2021-04-02 04:59수정 2021-04-02 09:40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

조앤 디디온 지음, 김선형 옮김/돌베개·1만7000원

영화배우 겸 감독 그레타 거윅,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가 사랑한 ‘작가들의 작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가 선택한 광고 모델, 해마다 10월이면 어김없이 거론되는 영원한 노벨 문학상 후보. 모두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 조앤 디디온(87·사진)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패션지 <보그> 에디터를 거쳐 에세이, 논픽션, 희곡, 시나리오 등 분야를 넘나들며 글을 써온 그는 글 안에서도, 글 밖에서도 독보적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이름을 따 ‘디디온풍’(Didion-esque), ‘디디온스러운’(Didion-ish)이라는 형용사가 생겼을 정도다.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는 ‘디디온 스타일’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1960년대 후반 초기작을 묶어낸 책이다. 1장은 미국 반문화(counterculture) 현장을 기록한 논픽션을, 2장은 글쓰기·자존감·도덕성 등에 관한 에세이를, 3장은 장소에 관한 글을 담았는데, 디디온 스타일을 이해하려면 2장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

“자기만의 노트를 쓰는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부류로, 외롭게 만사에 저항하며 재배치하는 사람이다.” “내가 노트를 쓰는 이유는 과거에도 그랬고 또 지금도, 내 행위와 사고를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다. (…) 내가 느낀 대로. 이거야말로 노트의 진실에 근접한다.”

돌베개 제공
돌베개 제공

글쓰기에 대한 이런 원칙은 ‘히피’를 취재하고 쓴 르포 ‘베들레헴…’에서도 엿보인다. 1967년 늦봄 그는 샌프란시스코 헤이트 애시베리 지구에 머물면서 논픽션을 썼다. 햄버거와 콜라를 사 들고 가 만난 히피 아이들은 죄다 약에 취해있다. 심지어 세 살 아기까지도.

“우리는 뭔가 중요한 것을 보고 있었다. 안쓰러우리만큼 아무 대책도 없는 한 줌의 아이들이 사회적 진공상태에서 공동체를 창조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아이들은) 사회에 반항한다기보다 사회를 아예 모른다.” 히피의 삶에서 억지로 의미를 찾지도 장밋빛 필터를 씌우지 않은 채 여러 현장에서 받은 ‘느낌’ 그대로를 독자에게 전하고, 지배적 가치가 와해되던 당시 미국을 “외롭게 재배치” 하려 애쓴 결과물이다. 인권운동가이자 미국 포크 가수 조앤 바에즈와 그 주변을 관찰하고 대화한 후에는 이런 문장을 내놓기도 한다. “타인의 욕망에 하릴없이 휘둘린 희생자.”

자존감에 대해 그는 이런 글을 남겼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들은 일정한 터프함, 소정의 윤리적 배짱을 보여준다.” ‘세상의 눈’을 거부하고 ‘자신의 눈’을 믿었던 이 작가의 글에서 두둑한 배짱이 느껴진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해뜰날’ 가수 송대관 별세 1.

‘해뜰날’ 가수 송대관 별세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2.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현철 선생님 떠나고 송대관 선배까지…” 트로트의 한 별이 지다 3.

“현철 선생님 떠나고 송대관 선배까지…” 트로트의 한 별이 지다

경주 신라 왕궁 핵심은 ‘월성’ 아닌 ‘월지’에 있었다 4.

경주 신라 왕궁 핵심은 ‘월성’ 아닌 ‘월지’에 있었다

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 상대 헌법소원…“끝까지 갈 것” 5.

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 상대 헌법소원…“끝까지 갈 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