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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울고 웃으며 인사 나눈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

등록 2021-03-26 04:59수정 2021-03-26 13:33

말기 암환자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손녀 윤서의 이야기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이라는 인생 여정 돌아보게 해
별숲 제공
별숲 제공

모두 웃는 장례식
홍민정 글, 오윤화 그림/별숲·1만2000원

살면서 다양한 이별을 한다.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지만 이별은 매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일 테다.

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은 말기 암환자인 할머니와 이별을 준비하는 13살 손녀 윤서의 이야기다. 윤서네 가족이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인 ‘생전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이 그려진다. 생전 장례식은 죽기 전에 친척, 지인 들을 초대해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다. 윤서의 할머니는 ‘존엄한 이별’ 방식을 선택했다. 할머니는 살아 있을 때 자신의 뜻대로 인생의 매듭을 짓고 싶었다.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

손녀 윤서는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에서 선보일 깜짝 행사를 준비한다. 할머니를 아는 분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 편지’를 만드는 것이다. 윤서는 할머니가 일했던 시장의 상인들을 영상에 담는다. 그들은 할머니와 보낸 시간을 추억하고 할머니가 베푼 선의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윤서는 할머니의 장례식 영상을 준비하는 게 마음 아프지만, “할머니가 원하는 것을 해 드릴 시간이 있다는 것”에 기뻐한다.

별숲 제공
별숲 제공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이 열리는 날, 뿔뿔이 흩어져 있던 친척과 지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조화도 근조기도 없는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웃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이날의 주인공 할머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도라지꽃 무늬가 있는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할머니는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이번 생에 내 친구로, 이웃으로 만난 여러분 덕분에 참 행복했어요. 내 자식으로 태어나 준 우리 아들딸, 손자, 손녀한테 너무 고마워요.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리 그때 또 만나서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요.”

동화는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고 두 달 뒤 세상을 떠나면서 끝난다. 죽음을 맞이하는 할머니와 이별을 준비하는 손녀의 이야기가 깊은 잔상을 남긴다.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인생 여정을 돌아보게 하는 묵직하고 귀한 책이다. 초등 4학년 이상.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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