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것

등록 2021-03-19 04:59수정 2021-03-19 09:35

[책&생각] 책거리

주 사흘 수영을 배우기 위해 새벽 길을 나섭니다.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고 수영 모자와 물안경을 쓰고 물에 몸을 담급니다. 아직은 자유형, 배영, 평영을 맛만 보고 있습니다. 자유형은 호흡 조절이 간단치 않습니다. 평영은 다리 움직임이 어렵더군요. 배영은 비교적 낫다는 칭찬을 듣습니다. 물에 대한 공포심은 때때로 스멀스멀 합니다. 물 밖에서 호흡을 연습해봅니다. 코로 천천히 숨을 내쉬고 입으로 짧게 뱉고 많이 마시는 것은 순식간에 해내야 합니다. 평영 다리 동작도 해보는데 우스꽝스럽습니다. 수영은 책이나 강의로 배울 수 없습니다. 과감하게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용감하게 물에 뛰어들어 몸을 쓰며 배워나가야 합니다.

자전거 타기도 마찬가지죠. ‘자전거 잘 타는 법’ 책을 수십권 읽어도 자전거를 잘 탈 수는 없습니다. 고꾸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직접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고 넘어져도 봐야 요령을 얻을 수 있습니다. 머리로 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자명한 일이 많습니다. 몸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겁니다. 자전거 타기를 흔히 글쓰기에 비유하곤 합니다. 글쓰기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다고 글쓰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은 컴퓨터를 켜고 타자기를 두드리거나, 백지를 펼쳐 연필을 들고 무엇이든 적어나가야 글이 써집니다.

몸과 머리의 자연스런 조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몸만으로, 혹은 머리만으로 제대로 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문학평론과 사회운동이, 문학과 현실이, 이야기와 삶이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도정일 선생의 실천에서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 몸을 움직여 실천하는 것은 용기와 도전에서 시작합니다. 수영을 배우는 마음을 내기까지, 게으름을 빙자한 두려움을 이겨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 몸에 힘을 빼는 일이 또 다른 도전으로 남았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