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타이펙스 지음, 김마림 옮김/미메시스·3만5000원
마릴린 먼로의 초상이나 캠벨 수프 캔 그림 등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1928~1987)의 삶이 그래픽노블 <앤디 워홀>로 재현됐다. 열린책들의 예술서 전문 브랜드인 미메시스가 선보이는 ‘아티스트 그래픽노블 시리즈’ 중 하나로, 네덜란드 삽화가이자 그래픽노블 작가인 타이펙스가 5년간 철저한 고증을 거쳐 앤디 워홀의 인생을 564쪽에 이르는 지면에 펼쳐놓았다. 1932년부터 1987년까지 앤디 워홀의 삶에 묻어난 미국 문화예술계의 일면은 화려하고 역동적이며 파격적이다. 책은 시대를 감각적으로 읽어내며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해온 그의 삶을 연대순으로 짚는데, 그래픽노블이란 형식을 통해 일상과 주변을 낱낱이 들여다보며 복잡다단한 결들을 살려낸다.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 중심이 된 이미지와 색감뿐 아니라 100명이 넘게 소개되는 주변 인물들과 유명인들을 특징짓는 인상도 결합되기에 각각의 장이 풍성한 잔상을 남긴다.
수프 캔 화가로 주목받던 즈음 앤디 워홀은 ‘당신의 작품을 보면 모든 게 다 표면에 머무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기자의 말에 수긍하며 ‘좋아하는 게 뭐냐’는 질문에 “표면”이라고 답하는데,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서 그가 보이는 태도를 이해시키는 단서로 읽히기도 한다. 서툴고, 괴팍하고, 허무하게 보이는 관계맺음은 수많은 이들과 함께하면서도 깊은 외로움을 지녔던 앤디 워홀이란 인물을, 거장 예술가에게 기대할 법한 심오함을 걷어내고 순순히 마주하게 한다. 그의 작품이 그러했듯 그래픽노블로 쓰인 전기가 독자에게 흡인력 있게 다가갈 듯하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