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 발코니 화분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 가족들. <한겨레21> 김진수 선임기자
카메라 렌즈로 날아든 새들: 몽골의 검독수리부터 우리 아파트의 황조롱이까지
김진수 글·사진, 이한아 그림/한겨레아이들·1만3000원
“황조롱이 둥지가 발견된 곳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8층이었어요. 날이 따뜻해져서 겨우내 닫아 두었던 발코니 창을 여니 밖에 놓인 화분 안에 낯선 알 세 개가 있었다는 거예요.”
<카메라 렌즈로 날아든 새들>은 사람과 새가 서로를 응시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담아낸 책이다. <한겨레21> 사진기자인 지은이 김진수는 새가 둥지를 틀었다는 제보를 받고 고양시의 아파트, 충북 청주시의 주유소, 충북 단양군의 트럭 등지로 내달린다. 그곳에는 새가 있고, 그 새를 품어주는 사람이 있다. 황조롱이를 ‘발코니 세입자’로 들인 노인 부부는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황조롱이 새끼 입에 고기 한 점 넣어준다. 청주의 주유소 사장은 사무실 벽에 걸린 복조리에 제비가 둥지를 틀자 혹여 투명한 유리창에 머리를 박을까 염려해 유리창에 커다란 종이를 오려 붙인다. 단양군의 트럭 주인은 조수석 문짝과 발판 사이에 둥지를 지은 딱새가 알을 부화할 때까지 일도 나가지 않고 며칠을 기다린다. 트럭이 움직이면 둥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렇게 정성껏 새들을 품어준 덕분에 지은이는 사람 곁으로 날아든 새들을 한 발짝 더 가까운 곳에서 포착해 어린이 독자에게 전할 수 있었다.
새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마음은 지은이를 더 멀리 몽골과 러시아로 데려간다. 특히 이틀 동안 위장 텐트에 숨은 끝에 ‘하늘의 지존’ 검독수리를 찍은 일화가 흥미롭다. “지루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새끼) 새가 둥지 밖을 향해 입을 벌리고 소리를 쳤어요. 사냥 나간 어미가 들어오는 걸 눈치챈 것 같아요. (…) 잠시 후 두 날개를 치켜들어 V자 형으로 활공하는 검독수리가 시야에 들어왔어요. 날개 길이만 2미터가 넘었어요. (…) 갈퀴처럼 날카로운 발톱으로 커다란 타르박(설치류의 일종)까지 움켜쥐고 있었어요.” 긴 시간 대기한 끝에 ‘어미의 귀환’을 완벽하게 포착해 낸 지은이의 무용담을 침을 꼴깍 삼키며 듣게 된다.
어미 검독수리가 발톱에 커다란 타르박을 쥐고 새끼가 있는 둥지로 날아왔다. <한겨레21> 김진수 선임기자
지은이는 “새를 보러 다니는 게 번거롭거나 꼭 멀리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에 용기를 내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책을 읽고 나면 이 근처 어딘가에 새 둥지가 있지는 않을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생태 정보를 나열하는 여타 도감류 책과 달리 새를 만난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어 술술 읽힌다는 점도 장점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충북 청주시의 한 주유소. 벽에 걸어둔 복조리에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 <한겨레21> 김진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