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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치의 격류 지나 유배의 바다에서 시를 건졌네요”

등록 2021-03-03 22:02수정 2021-03-04 02:36

등단 첫 시집 낸 정현태 전 남해군수
자전적 작품 ‘바다의 노래’ 펴내
대학시절 문학 전공·시낭송 유명
남해군수 시절 멸치잡이를 해보고 있는 정현태 시인. 그는 지난 2000년 총선에 첫 고배를 마신 뒤부터 ‘초심’을 다지고자 해마다 한차례씩 고기잡이 체험을 했다. 남해군 제공
남해군수 시절 멸치잡이를 해보고 있는 정현태 시인. 그는 지난 2000년 총선에 첫 고배를 마신 뒤부터 ‘초심’을 다지고자 해마다 한차례씩 고기잡이 체험을 했다. 남해군 제공
전직 지자체장이 늦깎이 시인 등단을 하고 첫 시집을 냈다. 그런데 흔히 정치인 출신이 내는 ‘자기 홍보용’ 책으로 흘려 넘기기에는 그 이력이나 문단의 반응이 가볍지 않다. 최근 자전적 시집 <바다의 노래>(궁편책 발간)를 낸 정현태(58) 전 경남 남해군수가 그 주인공이다.

우선 그는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출신으로 일찍이 문학도였다. <남해신문> 편집국 국장, 남해인터넷뉴스 대표이사도 지냈으니 한때는 글쓰기가 생업이기도 했다. 그런데 수십년 돌고 돌아 이제야 시를 쓰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시집 표지의 날개에 쓴 자기 소개서에서 “시대의 격류 속에서 교단도 문단도 아닌 정치에 입문했지만, 문학에 대한 갈증으로 삶의 굽이마다 그에 맞는 시를 골라 가슴에 넣어 다니고 외우며 수십 년을 보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정치인 시절이나 지금이나, 어느 자리에서나 노래하듯 애송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해에서 태어나 1981년 대학에 들어간 그는 학생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그 시기 투옥과 수배의 ‘통과의례’를 거쳐 90년에 졸업했다. 이른바 ‘386세대의 전형’에 속하는 그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2008년 재·보궐 선거에 이어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당선돼 두 차례 남해군수를 지냈다. 2013년에는 ‘자랑스런 지방자치단체장’ 혁신 부문 대상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공민권 박탈’로 정치행보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낭인 생활을 하다보니 마음 공부를 하게 됐어요. 그러던 어느날 ‘공산’ 스승님의 한마디가 죽비처럼 잠들어 있던 영혼을 깨웠어요. ‘남의 시를 외우는 것도 좋지만 이제 자신의 시를 써 보라’는 그 말씀에 시 공부를 다시 시작했죠.”

궁편책 제공
궁편책 제공
그렇게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를 쓴 지 1년 남짓 만에 그는 “시의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마침내 첫 시집을 내게 됐다고 했다. 그런 만큼 그의 시는 자신을 낳고 키워준 남해 바다의 서정을 배경으로 지금껏 활동했던 정치의 경험까지 풀어내고 있다. 시집의 구성도 ‘운명의 바다’, ‘생명의 바다’, ‘은혜의 바다’, ‘유배의 바다’, ‘평화의 바다’로 짜여 있다.

군수 시절 남해유배문학관을 건립해 ‘김만중문학상’을 제정한 그는 심사위원장으로 임헌영 문학평론가를 모셨다. 그때부터 문단 어른으로 인연을 맺어온 임 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성우보다 더 매력적인 우람찬 목소리로 암송하는 시에 도취하노라면 어찌 저런 재주로 정치만 할까 슬그머니 아까웠는데, 늦깎이 시인이 되어 여간 반갑지 않다”며 시인을 ‘바다, 하늘, 별, 자유를 사랑했던’ 카잔차키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그의 작품을 ‘시와 정치의 결속을 통한 호활한 바다의 서정’이라 표현했다. 임동창 풍류아티스트는 그의 시 ‘남해처럼’을 소재로 작곡한 음악을 축하를 해주기도 했다. 고두현, 서정홍, 오인태, 이재무 시인 등 문단의 기성 시인들도 애정 어린 축사를 해주고 있다.

시인으로 첫 발을 뗀 그가 앞으로 다시 정치를 하게 될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마지막 장 ‘평화의 바다’에서 그는 융화와 대통합의 의지를 담은 시들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암시를 하고 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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