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립 지음/사무사책방·1만9800원 국가는 어떤 얼굴을 가졌을까. 민주주의 국가, 따뜻한 국가, 게으른 국가, 폭력국가, 괴물국가? 저자 홍일립은 국가가 어떤 얼굴을 가졌든 “온갖 형태의 분란이 일어나는”, 불완전한 집합체라고 말한다. 국가는 모든 구성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문제투성이’이며, 통치자도 불완전한 개인이어서 이상적 통치를 바라는 헛된 꿈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얘기한다. 좋은 국가를 바라지만, 그런 기대가 실현되기 어려운 ‘국가의 딜레마’는 여기서 생겨난다. 책은 여러 사상가의 국가관과 국가의 역사를 짚으며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다가간다. ‘만인(모든 사람)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끝내기 위해 구성원들이 합의한 ‘괴물 같은 절대권력’이 국가라고 밝힌 토머스 홉스의 이론을 비롯해 ‘국가란 폭력을 동반한 강자의 지배체제’라고 주장한 프란츠 오펜하이머의 늑대국가론 등 여러 국가관을 소개하며 국가의 실체를 탐구한다. 또 인민, 군중, 공중, 대중, 국민 등으로 불리는 국가 구성원의 본능과 속성도 파헤친다. 국가는 신성시하거나 무조건 충성해야 할 “절대선”이 아니며, “구성원과 공동체를 위한 수단”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국민은 권력 바깥에서 들러리처럼 머무르는 무력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국가는 바로 그 국민의 동의를 통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국가의 민낯을 들춰내지만, 불편한 실체와 정확히 마주할 때 역사가 조금씩 진화할 것이란 저자의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 묵직한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저자의 글쓰기도 이 책의 미덕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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