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뎃 그린 글, 애나 조벨 그림, 노지양 옮김/원더박스·1만3000원 “두 분 중에 누가 너희 엄마야?” “두 분 다.” 엄마가 둘이라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엄마가 복제 마법을 부렸을까. ‘아빠’ 손을 잡고 엘비네 집에 놀러 온 니콜라스는 진짜 엄마를 가려내기 위한 스무고개라도 할 태세다. 니콜라스의 ‘불쑥 질문’과 엘비의 ‘명료한 대답’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엘비네 집에 이상한 느낌은 없다. 러그가 깔린 거실 바닥엔 귀여운 반려고양이가 뒹굴고, 놀다 만 블록장난감과 다 읽지 못한 책들이 바닥에 널려 있는, 자유분방하고 안온한 공기가 흐르는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다. 다만 간식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는 두 ‘여자 어른’의 분주한 손놀림이 눈 설어 보일 뿐. 니콜라스는 다시금 묻는다. “배 속에 너를 담고 있던 진짜 엄마가 누구냐”고.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버나뎃 그린의 <누가 진짜 엄마야?>는 엄마, 아빠, 자녀라는 표준화된 기준을 ‘정상 가족’으로 여기는 틀을 깨고 또 하나의 ‘정상 가족’을 보여주는 책이다. 최근 우리 사회도 법적으로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범주를 넓혔다. 입양 가족,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조손 가족, 비혼 가족 등을 차별없이 바라보는 건 공동체 일원으로서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때마침 나온 이 책은 동성 파트너와 함께 두 딸을 키우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책의 묘미는 편견의 시선 속에 반복적으로 받았을 질문에 구김살 없이 대답하는 엘비의 ‘아무렇지도 않음’이다.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 “머리카락이 어두운 색깔”. 엘비가 말해주는 단서로 진짜 엄마를 알아내고야 말겠다면, 함정에 제대로 빠질 거다. 한 손으로 물구나무 설 수 있는 엄마, 이로 차도 끌 수 있는 엄마, 북극곰에게 해먹을 떠서 선물하는 엄마…. 아빠라는 존재와 함께 있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엄마는 슈퍼엄마다. 4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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