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거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2020년의 끝자락, 보름을 갓 넘긴 새벽달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은 꾸준히 모습을 바꿔가고, 계절은 무심히 변화합니다. 우주 한구석에 내던져진 사람은 결국, 왜소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책장을 넘기며 글쓴이의 마음을 짚어보곤 합니다. 기획은 원대하고 시선은 조밀하겠죠. 두뇌 활동은 오묘하며 마음 자세는 견결할 것이라고 여깁니다. 사유의 바다에서, 고뇌하는 사막에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은 때때로 의연해집니다. 왜소함을 무릅쓰고 살아가는 힘일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키케로는 말했습니다.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난 항상 알고 있었다”고. 평생 주저하고 망설이며 살아온 키케로는 제 목을 가를 칼날 앞에서 두려움을 떨쳐냅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모는 호스피스 병실에서 나이든 아들에게 무수히 물었다고 합니다. “밥은 묵었나?” 박희병 교수는 <엄마의 마지막 말들>에서 생명의 근원인 ‘밥’과 물질성이 개입되지 않은 ‘엄마의 물음’을 통해 이 ‘비물질성’이 사랑이었음을 통찰합니다.
새해에도 인류의 가장 큰 화두는 사람다움입니다. 굵직한 출간 예정작들은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 기후변화 등 생태계 위기, 그리고 젠더 문제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인간사회에서,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서, 그리고 젠더권력에서 비롯한 모든 부조리는 사람다움을 성찰하는 데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새해 들머리부터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나쁜 일도, 무겁기만 한 일도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다움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뎌야 하니까요. 2021년 첫 ‘책&생각’에서, 왜소함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의 사랑과 의지를 의연히 성찰하길 소망합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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