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어크로스·1만7000원 196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로제토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특별히 아름답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이 마을에서 17년 동안 일한 지역의사 벤저민 팰컨 박사는 65살 미만의 주민 가운데 심장병 환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매우 특이한 경우였다. 환경조건이 흡사한 주변 지역사회와 비교해보니 로제토 주민 사망률은 다른 지역보다 35%나 낮았다.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마을의 건강과 장수비결은 ‘사회성’이었다. 비만도 흔하고 흡연과 음주도 많이 하는 서민들이었지만 자신들의 뿌리인 이탈리아 전통에 따라 틈날 때마다 뒷마당에 진수성찬을 차려 가족과 이웃들이 어울렸다. 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클럽과 단체도 유독 많았다. 하지만 이른바 ‘로제토 효과’는 이후 젊은 세대가 부를 추구하면서 교외 주택가처럼 집과 집 사이가 멀어지고 자동차가 늘며 이웃간 교류도 줄면서 70년대 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흔히 이야기하는 장수비결, 즉 건강식을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과연 장수의 정답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연구에 따르면 대표적인 건강식인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면 사망위험도가 21%까지 줄어든다. 운동 역시 20~30%까지 사망률을 낮춘다. 그런데 가족 및 친구와 튼튼한 지원망을 형성하면 사망위험도가 45%까지 낮아진다고 한다. 한마디로 혼자서 샐러드를 먹고 이어폰을 꽂은 채 러닝머신을 한시간씩 뛰는 것보다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적당히 기름진 한끼를 먹는 게 장수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친구와 튼튼한 지원망을 형성하면 사망위험도가 45%까지 낮아진다. 사진은 서울의 한 노인정에서 노인들이 즐겁게 춤추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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