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있습니다
김유 글, 조원희 그림/뜨인돌·1만6000원
기뻐도 슬퍼도 아파도 함께하는 게 가족이라면 낳아준 부모와 함께 자란 형제라 해도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가족이 있습니다>는 가족이 ‘없던’ 개와 가족을 ‘잃어버리고’ 홀로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가 어딘가로 사라지자 개는 하나뿐인 가족,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개는 할아버지를 선착장에서 처음 만났다. 배가 고파 배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고등어를 훔쳤는데 할아버지에게 들켰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개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아무리 맛있는 거라도 혼자 먹으면 심심하지”라며. “우리가 서로 가족이 되어 주는 건 어떨까?”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요?” “무얼 주거나 받기 위해 가족이 되는 건 아니란다. 가족은 그냥 함께하는 거로 좋은 거지.”
개와 할아버지는 그날로 가족이 되었다. 나이가 많아 선장 일을 그만둔 할아버지와 개는 여러 시간과 계절을 함께 보냈다. 봄에는 벚꽃나무 아래서 소풍을 즐기고, 여름에는 튜브를 끼고 수영을 했다. 가을에는 낙엽이 쌓인 길을 함께 걷고, 겨울엔 눈밭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렇게 함께해서 행복했는데 할아버지는 점점 이상해졌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못하고, 집을 잘 찾아오지 못하더니 어느 날 사라졌다. 밥도 안 먹고 문 앞에 앉아 있기만 하던 개는 결국 할아버지가 얘기한 적 있는 동쪽 바다로 기차를 타고 떠난다. 시련은 바다에 도착해서부터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슬픈 건 병원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다. 무척 슬펐지만 개는 포기하지 않는다. “가족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내일도 모레도 날마다 할아버지를 만날 거예요.”
<가족이 있습니다>는 간결한 문장으로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김유 작가의 글에 감각적인 그림이 더해져 뭉클하다. <이빨 사냥꾼>으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조원희 작가가 그린 투박한 선과 다양한 색채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6살 이상.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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