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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은둔하며 길어 올린 생각의 파편

등록 2020-11-27 04:59수정 2020-11-27 20:15

은둔기계
김홍중 지음/문학동네·1만6000원

“오직 특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을 때만 유익한, 그리고 너무 가까워지면 재앙인 태양처럼, 자아는 타자와 행성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 사이의 ‘거리두기’를 실행하는 이때에 눈길을 끄는 문장이다. ‘숨을 곳이 없는 좁아진 세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서 물러서서 은둔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는데, 지은이는 “은둔을 삶에 지친 사람의 고상한 판타지로 보지 말고 하나의 세계관, 감수성, 삶의 형식으로 바라볼 것”을 권한다. “21세기적 은둔은 사적 삶의 추구가 아니라 지구적 공(公)과 연결되는 현장의 구축이다. 은둔지가 곧바로 세계이며, 은둔지에서의 일상이 곧바로 공적 삶이다.”

<마음의 사회학> <사회학적 파상력>을 쓴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처음 펴낸 산문집 <은둔기계>에는 은둔하며 길어 올린 단상들이 담겼다. 대개 하나의 문장, 하나의 문단으로 된 짧은 글들이 서바이벌, 파상력, 자기-비움, 연구, 바이러스, 인류세, 페이션시, 헐벗음 등의 소주제 안에서 느슨한 듯하면서도 응집된 인상을 남기며 생동감 있게 흘러간다. 지은이는 홀로 가만히 응시한 것들을 건조한 문장으로 정리해냈는데, 읽는 사람마다 멈춰 서서 음미하는 길목이 다를 듯하다. “자신의 마음 깊숙이 들어왔던 말들만이 타인 마음의 깊은 곳에 전달될 수 있다”는 그의 단상은 명징하면서 문학적인 문장들로 빛을 발한다.

“밤이 낮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낮이 밤을 준비하는 것이다” “사회에는 중심도 정점도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이 ‘경계선의 배치를 바꾸며’ 펼쳐지는 단상이 해방감을 선물해준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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