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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별과 희망이 필요한 시절

등록 2020-11-27 04:59수정 2020-11-27 07:37

전남 신안군 비금도 하누넘 해수욕장 수면 위에 시간의 궤적이 그려낸 별빛들의 동심원이 또렷하다.별들의 자취를 담기 위해 230여장을 연속으로 찍어 겹쳤다. 캐논 EOS 1DX 렌즈 16-35㎜ iso 1600 F2.8 30s. 비금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남 신안군 비금도 하누넘 해수욕장 수면 위에 시간의 궤적이 그려낸 별빛들의 동심원이 또렷하다.별들의 자취를 담기 위해 230여장을 연속으로 찍어 겹쳤다. 캐논 EOS 1DX 렌즈 16-35㎜ iso 1600 F2.8 30s. 비금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책&생각] 책거리

오래된 시집을 꺼내 들었습니다.

“사람만이 얼굴을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아무데서나 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더 이상 별을 믿지 않고 희망에서도 등을 돌리고 산다.”(마종기,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중에서)

코로나19가 낮은 포복으로 몰려오는 듯한 공상 속에서, 고통스럽게 권력을 발가벗기는 기록을 더듬는 와중에, 삶과 생명을 긍정하는 자연의 목소리를 들으며, 때마침 몸살기운에 시달려 재택근무를 하는 터에, 불현듯 마종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별을 올려다 본 적이 언제였던가,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별빛보다 화려한 디지털에 눈을 박고 사는 이들이, 별을 믿을 리 없겠지요.

별빛은 본래 과거의 빛입니다. 수천 수만 수억 광년의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날아, 별과 희망, 시를 믿는 이들의 눈빛으로 이어지는 것이겠죠. 과거에서 그치지 않고 오늘로 이어지는 빛입니다. 그 광대한 시공간을 떠올리노라면, 아득하고 막막하지만 한편으로 어떤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꿈꾸는 자유와 소멸되지 않는 그리움”이 마종기 시의 동력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겨울이 다가오고 추운 계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만 부여잡고 팍팍한 삶을 이어가기엔 안타까운 시간입니다. 잠시 은둔이 필요한 시절, 끝나지 않을 기쁨으로 별과 함께 시 한 편을 마주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겁니다.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시인 마종기의 외침처럼 말이죠.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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