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홍 지음/현암사·2만5000원 공간의 밀도가 그 안에 들어선 물리적 구조물의 수량과 부피로 결정된다면, 책의 밀도를 좌우하는 것은 담고 있는 정보의 양과 깊이다. ‘블랙홀 서울, 땅과 건축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텍스트가 다루는 서울의 높은 공간 밀도 만큼이나 내용이 조밀하고 촘촘하다. “서울의 땅과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쉽게 읽히는 건축 인문교양서라기보다,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어온 공간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제안서에 가깝다는 얘기다. 글쓴이가 볼 때 서울은 “한국인의 집단 정신”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이곳에선 “더 많고 더 높은 공간 욕망을 품은 개인, 단체, 기업, 이를 법과 제도로 통제하는 관료와 도시계획가, 욕망과 규칙 사이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건설사, 개발업자, 건축가 사이에서 다자간 게임”이 벌어진다. 따라서 이곳엔 무질서해 보이는 겉모습 이면에 각각의 주체들이 구사해온 치밀한 논리와 전략, 전술이 숨어 있다는 게 글쓴이의 생각이다. 책은 이런 관점에 따라 쓴 16편의 글을 4개의 덩어리로 묶었는데, 각각 묶음에는 도시계획 및 도시사, 제도와 건축양식, 건축 문법과 관성, 건축철학이란 타이틀을 붙여도 무방해 보인다. ‘서울 재프로그래밍’이라는 에필로그를 통해 글쓴이는 오랜 기간 궁구해온, ‘조각보 도시’ 서울에 걸맞은 ‘옳은 도시 만들기’ 전략을 제시한다. 그가 생각하는 ‘옳은 도시’는 “1퍼센트의 명품 건축과 99퍼센트의 나쁜 건축으로 이루어진 도시”가 아니라, “10퍼센트의 좋은 건축이 바탕을 이루는 도시”이면서 “좋은 건축이 한 곳에 쏠리지 않고 도시 전역에 골고루 분산된 도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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