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 셀러스 지음, 신소희 옮김/민음사·2만6000원 ‘탁상 건축가’. 디디피(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설계한 이라크 출신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를 한때 따라다녔던 오명이다. 건축물을 직선에서 해방시키고, 중력을 거부하는 그의 설계는 국제 공모에서 당선되고도 번번이 폐기됐다. 실현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폐기된 설계’에 대해 질문받을 때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난 여성인데 어떤 사람들은 그 점을 문제 삼습니다. 난 외국인인데 이 또한 문제가 되고요. 그리고 내 작업은 표준을 벗어난 것인데 이 역시 이상적인 조건은 아닙니다. 이 모든 점들이 상황을 어렵게 만들지요.” 2012년 런던 올림픽 수영장,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 현대미술관 등 전 세계 44개국에서 30개 이상 프로젝트를 ‘도면’에서 ‘지면’으로 성공리에 옮겨오자 ‘탁상 건축가’라는 비아냥은 멈췄지만, ‘후려치기’는 멈추지 않았다. 언론은 세계적 건축가에게서 굳이 ‘비혼 여성’을 보려 했다. 생방송 라디오 인터뷰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을 정도. 그래서인지 그는 ‘여성 건축가’라는 수식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하 하디드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런던 올림픽 수영장. ⓒAlamy Stock Photo/Arcaid Images
자하 하디드 ⓒGetty Image/Jeff J. Mitc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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