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금 2억원 국내 최대규모
총 상금 2억원으로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인 대산문학상 제28회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대산문화재단은 3일 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김행숙 시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김혜진 소설 <9번의 일>, 유성호 평론집 <서정의 건축술>,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스페인어 번역(주하선 옮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5천만원씩이 주어진다.
김행숙 시집은 “고통의 삶에 대한 반추, 미래를 향한 열기 등의 주제의식이 탁월한 리듬감과 결합하여 완성도 높은 시 세계를 형성하면서도 인유의 시적 가능성을 한껏 밀고 나갔다”는 평을 받았다. 김혜진 소설은 “노동의 양면성을 천착하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우리 삶의 근간인 노동의 문제를 통해 참혹한 삶의 실체를 파헤치는 냉철하고 집요한 시선”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 유성호 평론집은 “시단의 다양한 경향과 회통하면서 비평적 세계를 안정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정확한 심미성을 지향하면서 비평의 현장성과 역사성을 두루 겸비한” 점이, 주하선의 번역은 “원작을 살린 충실한 번역을 통해 뛰어난 가독성을 확보하였으며, 스페인 저명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현지에서도 높은 반향을 일으킨 점”이 각각 수상 사유로 꼽혔다.
3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행숙 시인은 “얼마 전부터 막연히 ‘2020년 이후’라는 시간에 시가 붙들리게 될 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이후의 시간’이 현재의 의문 속에서 펼쳐지듯, ‘이후의 시’ 또한 언제나 시적 현재의 몸을 통해서만 언뜻 드러나는 것이니, 다만 시적 순간들에 한층 더 깊어질 것, 시의 현재에 최대한 성실할 것, 제가 할 바는 그뿐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진 소설가는 “<9번의 일>은 일에 관한 소설이고,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며 “이 일을 통해 제가 만나게 된 세계가 이전보다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평소 비평이라는 행위가 우리 창작 언어에 대한 이차 언어이자 파생 언어로서 작품을 정확하고 풍부하며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가치를 매겨서 다시 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비평이라는 행복한 대화를 하게 해준 우리 시대의 시인·작가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주하선 번역가는 “<82년생 김지영>은 저의 첫 문학 번역 작업인데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며 “원작이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나 화두가 되고 있는 젠더 이슈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스페인어권 독자들에게 최대한 잘 읽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제28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은 이달 26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게 열린다.
글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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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상금 2억원인 제28회 대산문학상 부문별 수상자들. 번역 부문 주하선(왼쪽부터), 소설 부문 김혜진, 시 부문 김행숙, 평론 부문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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