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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통치자에게 너무 가혹했던 플라톤

등록 2020-10-23 04:59수정 2020-10-23 09:42

플라톤의 그리스 문화 읽기

강대진 외 지음/아카넷·1만5000원

플라톤은 젊은 날 한때 비극 작가가 되려고 했다. 철학자의 길에 들어선 뒤로도 극작 재능을 활용해 그의 작품들을 극작품과 유사하게 대화체로 썼다. 철학자로서 플라톤은 문학뿐만 아니라 그리스 정치·문화 전반에 관심이 있었고 작품에서 상세히 다루었다. <플라톤의 그리스 문화 읽기>는 플라톤의 이런 면모에 초점을 맞추어 플라톤 작품을 통해 그리스 문화를 읽는 책이다. 강대진 정암학당 연구원을 비롯해 국내 플라톤 전공자 8명이 종교·사랑·비극·용기·수치심·민주주의·형벌·과학을 핵심 개념으로 삼아 플라톤이 읽은 그리스 문화를 안내한다. 초기 저작 <에우튀프론>에서부터 말년 저작 <법률>까지 플라톤 작품을 공부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는 <향연>을 들여다보고, 우주의 탄생과 인체의 구조를 다룰 때는 <티마이오스>를 따라간다.

플라톤 저작의 백미는 폴리스 차원의 정의를 이야기하는 <국가>(폴리테이아)라고 할 수 있다. 이 저작은 플라톤이 생각한 ‘아름다운 나라’(kallipolis) 곧 이상국가를 그린 작품이지만, 오늘의 민주주의 제도와 관련해 여러 가지 참조할 만한 쟁점을 내장하고 있다. <국가>는 그동안 민중의 지배를 거부하고 철인 통치자에게 정치를 맡기는 반민주적 전체주의를 찬양한 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플라톤이 그린 ‘아름다운 나라’는 시민의 권리를 짓밟는 압제정치와는 전혀 다르다. 철인 통치자들은 권력욕에 사로잡혀 통치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며, 자신보다 못한 자의 지배를 받는 일종의 벌을 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통치자가 돼 자신의 이익이 아닌 시민의 이익을 돌보는 사람이다. 통치자들은 재산을 소유하지도 못하고 가정도 꾸리지 못한다. “따라서 플라톤이 그려본 아름다운 나라는 통치자에게 너무 가혹한 듯이 보인다.”

<국가>에 나오는 ‘손가락의 비유’는 플라톤의 정치사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손가락을 다치면 손가락만 아픈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괴로워하듯이, 가장 훌륭하게 다스려지는 나라는 시민 개개인을 나라의 일부로 여기며 시민 한 사람이 슬픈 일을 당하면 온 나라가 함께 슬퍼한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플라톤의 이상은 ‘나라 전체가 공동체의 일원인 개개인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보는 공동체주의’에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러나 플라톤은 뒷날 이 ‘아름다운 나라’가 너무 이상에 치우쳐 있다고 보고, 마지막 대화편 <법률>에서 민주정을 일부 수용해 ‘혼합정체’를 차선의 정체로 제시했다. ‘권력의 분립과 균형’을 고려하는 이 혼합정체 사상이 오늘날 삼권분립 사상의 씨앗이 됐다고 이 책은 말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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