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임경선의 세 번째 장편소설 <가만히 부르는 이름>은 누군가를 사랑하며 느끼는 ‘감미로운 고통’을 담고 있다. 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는 수진과 혁범은 언뜻 어른스럽고 이상적인 연인 사이로 보이지만 수진을 향해 솔직히 다가서는 청년(한솔)의 순순한 마음이 이들의 관계에 파동이 일게 한다. 두 사람의 사무소가 있는 건물의 실내 정원을 꾸미는 일을 맡은 한솔은 우연히 만난 수진을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며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전해온다. 수진의 시선은 사랑하기에 미움이 일기도 하는 혁범에게 더 힘껏 닿아 있기에 8살 연하의 한솔에게 온전히 마음을 내주지 못하지만 그의 ‘애쓰는 마음’을 읽어내며 숨죽여 있던 자신의 외로움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된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은 첫 순간에 이미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로 정해져버리는 것일까.” 소설은 약간씩 빗나간 관계의 틈새로 걸어 들어간다. 작가가 그려낸 세 인물은 어딘가 닮아 있다. 서로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의 세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탓하지 않으려 하고, 질투를 참아내며, 상대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함으로써 자신을 지탱해나가는 모습은 36살의 수진을 기준으로 각각 8살의 나이 차가 나는 혁범과 한솔 모두에게서 포착된다. 고층 건물에 한솔이 꾸민 따스하고 소박한 실내 정원과 혁범과의 관계에서 쓰라린 마음을 안은 채 수진이 한솔과 함께 방문한 영국의 고요한 겨울정원의 풍경은 작가가 소설에 펼쳐낸 사랑의 모습을 집약해낸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인내하며 바라보는 사랑을 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섬세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가만히’ 스며들어온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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