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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배것 지음, 배지은 옮김/반니·3만6000원 지난 수십 년 동안 물리학의 최전선을 지배한 것은 ‘초끈이론’이었다. 하지만 거대 우주와 극소 양자 세계를 아울러 설명하는 이론에 초끈이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과학저술가 짐 배것이 쓴 <퀀텀 스페이스>는 초끈이론에 대항해,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의 이론적 통일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고리양자중력’(LQG. loop quantum gravity) 이론의 탄생과 성장과 현재를 알려주는 ‘거대한 지적 여정’이다. 이 책은 이론물리학의 ‘성배’라고 할 양자중력이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 분야에서 서로 경합하는 ‘초끈’과 ‘고리’의 대결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동시에 이 책은 고리 양자 중력이론의 최고 이론가로 꼽히는 두 물리학자 리 스몰린과 카를로 로벨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론물리학의 최전선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이 학습한 물리학의 혁명들, 곧 아인슈타인일반상대성이론과 플랑크·보어·하이젠베르크·드브로이·슈뢰딩거의 양자역학을 독자가 함께 알도록 함으로써 궁극의 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어 지난 30년 동안 고리양자중력이론이 태어나 발전하는 과정을 답사하고, 마지막에는 이 이론의 최신 성과를 다룬다. 아인슈타인이 확립한 일반상대성이론은 거시 세계의 물질의 행동 방식을 알려주는데, 이 이론에 따라 빅뱅우주론이 탄생했다. 양자역학은 원자보다 작은 세계의 입자물리를 설명한다. 2012년 힉스 입자 발견은 양자역학이 이룬 최근의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를 각각 설명하는 두 이론은 시공간을 설명하는 방식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은 물질에 연동돼 있어 절대적이지 않다. 물질이 없다면 시간과 공간도 없으며, 물질의 질량 에너지에 따라 시간과 공간은 변한다. 반면에, 양자역학에서 시간과 공간은 뉴턴이 생각했던 것처럼 절대적이어서 변하지 않는다. 일반상대성이 제거해버린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의 좌표 위에서 양자 세계의 물질들은 움직인다. 물리학에서 가장 성공한 두 이론이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시공간 위에 성립한 것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최대 과제이며, 그 과제를 가리키는 이름이 ‘양자중력이론’이다. 초끈이론은 양자역학을 출발점으로 삼아 일반상대성이론을 포섭하려는 전략이다. 반대로, 고리양자중력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해 양자 세계를 통합하려고 한다. 이 책은 그 이론의 출발점에서부터 최신 성과까지를 한발 한발 밟아가며 설명해 나간다. 가장 거대한 세계와 가장 작은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물리학적 탐사 경로를 그 탐사를 이끌고 있는 이들과 함께 걷다 보면, 우리가 아는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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