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수준 이하 사회, 기대 이하의 ‘청춘시대’
제니퍼 M. 실바, 쇠퇴한 도시에 사는 ‘흙수저’ 청년 노동자 100명 인터뷰
불안한 노동에 꿈 잃은 그들 통해 ‘안전망 없는 신자유주의’ 문제점 짚어
제니퍼 M. 실바, 쇠퇴한 도시에 사는 ‘흙수저’ 청년 노동자 100명 인터뷰
불안한 노동에 꿈 잃은 그들 통해 ‘안전망 없는 신자유주의’ 문제점 짚어
미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청년이 홀에 음식을 나르고 있다. 책 제목인 ‘커밍 업 쇼트’(coming up short)는 ‘특정 기준이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이란 의미로 쓰이는 숙어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학을 졸업하면 남자가 되는 걸까요? 청소년기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 저희 세대는 길을 잃은 처지예요.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죠.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요.”‘길을 잃은 처지’의 청년들은 대개 캐셔나 고객 서비스 상담원 등 서비스직에 종사하며 형편없는 임금을 받고, 쉽게 해고될 위험에 처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입대’가 선택지가 된다는 점은 아프게 다가온다. 죽을 수도 있지만, 민간 일자리에 비해 안정적이고 보상 제도를 갖춘 군대가 하나의 기회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특히 군대는 사회에서보다 차별이 덜하다는 점에서 흑인 청년들이 선택하는 길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삶을 사는 청년들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일을 주저한다. ‘그나마 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 앞을 막아서기 때문이다. 경제적·사회적 충격을 온전히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시대에는 결혼이 또 하나의 위험으로 인식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안전망 없는 세계’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지만, 청년들은 고투하며 살아남았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며 의지할 사람은 자기뿐이라는 믿음을 쌓아간다. 타인과의 연대보다 짐이 되는 약자에 대해 선을 그으며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공고화한 태도를 보인다.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제도들에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모습에서 이들이 보수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이유를 차근히 짚어보게 된다. 미국 사회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목격되는 현상이기에 이목을 끈다. 제목 ‘커밍 업 쇼트’(coming up short)는 ‘특정 기준이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이란 의미로 쓰이는 숙어인데, 지은이는 “개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제도의 수준미달”을 다루려 했다고 밝혔다. 책은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파편화된 개인들에게 “‘우리’라는 감각을 보유”하게 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곱씹어보게 한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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