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가 옳았다도올 김용옥 지음/통나무·2만7000원
철학자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새 책 <노자가 옳았다>를 내놓았다. 노자 <도덕경>에 대한 방대한 주해서다. 도올은 일찍이 <노자 철학 이것이다> <노자-길과 얻음> <노자와 21세기> 같은 노자 철학 연구서를 펴낸 바 있다. 이번에 나온 <노자가 옳았다>는 50여 년에 걸친 도올의 노자 연구의 총결산이라고 할 만한 책이다. 한편으로 노자 사상을 서양 정신문명의 원류라고 할 플라톤 철학, 기독교 사상과 대비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주류를 이룬 유교 사상과 비교하면서 노자 철학의 고유한 특성을 넓고도 깊게 들여다본다.
도올은 이 책에서 사마천이 <사기>에 기술한 내용을 존중해 노자를 공자보다 30년 전에 태어나 춘추시대 말기에 활동한 사람으로 보고, 노자의 사상이 공자의 사상에 영향을 주었으며 유교가 노자 사상의 핵심을 받아들여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했다고 말한다. 노자와 유교가 서로 대립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내용에서 서로 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도올은 조선 후기에 성리학 절대주의가 군림하는 중에도 노자 사상을 탐구하는 흐름이 끊이지 않았다며, 초원 이충익(1744~1816)의 노자 연구서 <담로>가 노자 이해의 획기적인 수준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이충익의 노자 이해에서 나타나는 탈성리학적 태도가 50여년 뒤 수운 최제우의 동학사상으로 이어졌음도 도올은 강조한다.
<도덕경>에서 노자 사상이 집약된 곳은 전체 81장의 서문에 해당하는 제1장, 그 중에서도 맨 앞에 쓰인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구절이 노자 철학 전체를 파악하는 데 열쇠 구실을 한다. 특히 이 첫 구절에 등장하는 ‘상도’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동안 많은 노자 해석자들이 상도를 ‘불변의 영원한 도’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도올은 비판한다. 노자가 말한 ‘상도’는 플라톤이 이데아론에서 주장하는 ‘초월적인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 우주 질서의 항상스러움을 가리킨다. 이때의 항상스러움은 만물이 변화와 생성의 과정 속에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상도의 ‘상’은 ‘자연’ 곧 ‘스스로 그러함’과 통한다. 항상스러운 도는 우주 만물의 ‘스스로 그러한’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그것에 이름을 붙여 불변의 실체로 만드는 것은 ‘상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도덕경>은 이런 우주론을 토대로 삼아 그 원리에 입각해 정치·사회론과 인생론을 펼치는 책이다. 도올은 이 책에서 노자가 춘추 말기의 혼란 속에서 확고한 반전·평화주의 사상을 주창한 사람이었음을 강조한다. 노자의 반전·평화주의는 <도덕경> 도처에서 나타나는데, ‘부쟁’(싸우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 81장까지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도덕경>은 신랄한 사회비판서이기도 하다. “노자에게는 지배세력 그 자체를 거부하는 반체제적인 사유가 있다. 통치자들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대비시키는 그의 언어는 오늘날의 양극화 양상에도 같은 경종을 울린다.” 노자의 사상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를 비판하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안하라고 촉구하는 문명 비판 사상이다. 그런 사유로써 노자는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대에 폭주하는 자본주의 문명을 극복하고 상생과 협동과 절제를 추구하는 새로운 질서를 건설해야 한다는 문명 대전환의 메시지를 던진다고 도올은 강조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노자가 옳았다> 관련 도올 인터뷰 영상은 <인터넷 한겨레>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