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작가가 자신의 저서 <경찰관속으로>와 <아무튼, 언니>를 들고 있다. 현직 경찰관인 그는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원도(27)는 한 지방경찰청 소속 과학수사대에서 일하는 여성 경찰이다. 관할 지역에서 일어난 화재, 살인, 자살 등 ‘죽음의 자리’로 출동해 주검을 수습하고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는 현장감식 요원으로 활동한다. 스물셋에 경찰이 된 후로 줄곧 그랬다. 생과 사가 뒤엉킨 악취가 밴 현장을 누볐다. 천태만상의 사건, 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의 죽음에 ‘끝내’ 무뎌지지 못한 그는 오늘 본 비극을 ‘나’라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썼고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자 책으로 묶었다. 제목은 <경찰관속으로>. 마치 ‘관’속으로 출근하는 심정으로 눌러 쓴 이 책은 일선 경찰들과 동네책방 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1만5천부가 넘게 팔렸다.
생각 많은 막내 경찰은, 그렇게 본 것을 봤다고 말함으로써 작가가 됐다. 문체는 활달하고 내용은 웅숭깊다. 최근에 펴낸 <아무튼, 언니>도 웃기고 울린다. 어릴 적부터 ‘케이(K)-효녀’로 사느라 암울한 그의 인생에 나타나 등불을 밝혀준 구원자, 경찰 언니들로부터 배운 삶의 태도들, 남성이 90%인 조직에서 경찰 생활의 뒷배가 되어준 선배들과의 자매애를 담았다. 가정폭력, 성폭력에 죽거나 죽어가는 무명씨 언니들의 잔혹사도 기어코 보탰다. 먹고 잘 시간도 부족한 여건에서 무엇이 그를 쓰는 존재로 만들었을까. 여성의 위상이 높지 못한 경찰 사회에서 그는 언니들과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길까 봐’ 저자로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원도 작가가 얼굴은 가려달라는 당부와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8일 그의 근무지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과학수사대에서 어떻게 일하게 됐어요? 젊은 여성이 드문 분야 아닌가요?
“제가 지원해서 한번 낙방을 하고 두번째에 됐어요. 저희 지역 과학수사대에선 여경 발령이 제가 처음이었어요. 출근했더니 여자 화장실이 없는 거예요. 장애인 화장실에 시트지 발라서 임시로 쓰다가, 지금은 남자 화장실에 칸막이 치고 변기만 하나 받았어요.(웃음)”
―여자 화장실이 없었다니 좀 놀랍네요. 업종마다 성비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아, 저희 과학수사 사무실은 지방청 건물이 아니라 별도 건물을 써요. 그 별관에 발령 난 여성 경찰이 없었던 거죠. 그리고
여성 경찰은 입직 비율부터 정해져 있어요. 경찰 지원자 중 여성은 10%만 뽑아요.”
―제가 찾아보니까 전체 경찰관 중 여성 비율이 영국은 30%, 프랑스 27%, 캐나다가 20% 정도고, 우리나라가 낮은 편이더라고요.
“맞아요. 우리나라가 13%까지 올라왔나? 근데 순경이 많아봐야 별로 소용이 없어요. 고위직이 없는 게 문제죠. 고위직으로 제일 빨리 가는 발판이 경찰대학교 졸업이랑 경찰간부 시험이라고 따로 있어요. 그걸 간부후보생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남자를 35명, 여자는 5명을 뽑거든요. 앞으로 성별 구분 모집을 폐지할 계획이라는 말은 있지만 언제 시행될지는 미지수예요. 작은 일이라도 결정권을 가진 중간 관리자 이상 직급에 여성이 많아져야만 조직 내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거 같아요.”
―이토록 남성 중심의 조직을 직업으로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웃음)”
여섯살 많은 오빠가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오빠 때문에 너를 낳았다.” 자라면서 부모님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장애인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학창시절 왕따 폭력 피해를 겪기도 했다. 오빠와 함께 있으면 어딜 가나 힐끔거리는 시선이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왜 저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지? 왜 다 쳐다보지? 그걸 설명해주는 어른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막연히, 억울하게 안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경찰이면 우리 가족을 더 이상 무시하지 않을 거야!” 진로를 일찌감치 정했다. 경찰행정학과를 굳이 가긴 싫어서 철학과로 대학을 갔으나 원하는 공부가 아니었다. 2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가 공시생이 되었다. 스물한살에 시작해 스물셋에 경찰 시험에 붙었다.
―막상 경찰이 되어보니까 어떻던가요?
“억울하게는 안 살고 싶었는데 일하다 보니까 제일 억울한 직업 같아요.(웃음)”
울분은 나의 힘. 억울함은 한권의 책이 되었다. 때는 입직 4년 차인 2019년 1월, 슬럼프가 찾아왔다. 합격도 승진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이뤄가던 행로에 제동이 걸렸다. 그는 통상 지역경찰로 1년을 보내는 관행을 깨고 6개월 만에 본서(경찰서) 정보과로 스카우트되었다. 정보과 경찰로 1년6개월을 일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다시 지역경찰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일 말고 마음을 붙일 곳이 필요하던 참에 에스엔에스(SNS)에서 독립출판물 강좌 안내를 발견했다. 겨울바람을 가르며 왕복 10시간을 오갔다. 휴가, 체력, 영혼을 끌어모아 네차례 과정을 이수하고 그해 봄, <경찰관속으로>를 출간했다. 예쁜 성씨 두개, 원과 도를 합쳐 필명을 지었다.
―<경찰관속으로>가 동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고요.
“어떤 분이 저희 내부게시판에 이 책을 소개하면서 많이 알려졌어요. 그분이 지하철에서 보고 울었다고. 왜냐하면 그동안 경찰의 입장을 대변한 책이 별로 없었거든요.”
―왜 없었죠? 그게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내부적으로 움츠러드는 분위기도 있고 사람들이 우리 얘길 궁금해할까 싶고. 저희 경찰관은 자존감이 되게 낮아요. 어디서든 구박을 받으니까요. 예를 들어 소방관은 국민 영웅이잖아요. 같이 컵라면을 먹어도 ‘어, 저 사람들 고생해. 어떡해’ 하는데 우리가 컵라면 먹으면 ‘저 새끼들 일도 안 하고 편의점에서’, 진짜 그래요, 막 국민신문고에 사진 올라오고. 파출소에 들어와서 면전에 대고 세금 축낸다고 뭐라고 하는 분도 있고요.”
―책 보니까 별의별 무례한 경우가 다 있더라고요. 경찰관 사망률도 높고요.
“저희 관청 소속 경찰관이 사망하면 공고가 뜬단 말이에요. 사망 경찰이 매달 있어요. 저희 일이 감정 소모도 크고요. 근데 그만큼 합당한 수당을 받냐, 그것도 아니고. 사실 책 쓰면서 고민을 진짜 많이 했어요. 약간 경찰 비하적인 내용이 될까 봐요. 근데 꼭 우리 경찰들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경찰 일에 대한 애정이 책에서 뚝뚝 묻어나요.
“그걸 알아주시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어떤 여자 선배님이 연락하셨어요. 중앙경찰학교(신임교육기관)에서 교수직을 맡았는데 제 책을 교과서로 쓰겠다고요. 그전부터도 제 책이 경찰학교에서 좀 유행을 해서 단체로 주문이 들어왔다고 해요.”
―와, 좋은데요. 대량 주문!(웃음) 근데 직장 얘기니까 책 쓸 때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이 사건들을 어디까지 말해야 되나. 기준이 무엇이었어요?
“일단은 피해자를 대상화하지 않는 것.”
―대상화라는 게 애매한데요.
“피해자를 내 감정의 도구로 여기지 않는 것. 거기에 주안점을 뒀죠. 등장인물의 결정적인 정보들은 살짝 바꾸고 추정을 할 수 없게 뭉뚱그렸어요. 사건 자체보다는 왜 이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걸 좀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다음에 주안점을 둔 건 저의 성별이 특정되지 않게 하자. 여자인 줄 모르게요. 경찰관이 너무 고생을 하는데 사회적으로 인식이 안 좋고 안 알아주니까, 직장인 입장으로 말하자.”
경찰관인 원도 작가가 근무지 인근의 한 거리에 서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경찰은 미친개, 사냥개,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답’이라는 말로 우리의 수고를 대신했어. 경찰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수사를 해주지 않으면 미친개가 되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내가 갈 곳은 어디일까.”
그가 다다른 곳은 언니의 나라다. “세상의 벼락을 맞고 훌쩍거릴 때마다 울지 말라는 말 대신 실컷 울라며 어깨를 내어준” 경찰 언니들은,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서울 사람’이었다. 나이, 경력, 성격 모두 제각각인 여성들을 본 것만으로도 문화 충격이 컸다. 그 역시 주변 친구들이 그랬듯이 “집 가까운 국립대에 가는 게 효녀가 되는 길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인생의 수많은 선택지를 박탈당한” 채 살기를 강요당했다.
그를 성장기 내내 위축시켰던 비서울 거주자, 장애인 가족,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이라는 넓은 세계에 이르자 그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 자원으로 작용했다. 서울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랩 스타일 사투리, 인간 세상 고통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 철학과에서 배운 “습자지처럼 얇은 지식들”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능력, 돌봄노동으로 단련된, 타인의 필요와 기분을 헤아리는 섬세한 공감력, 일에 대한 집요한 몰입력까지. 경찰학교 언니들은 있는 그대로 그의 존재를 수용하고 북돋아준 최초의 인연이다.
―언니 얘기로 책까지 냈어요. <아무튼, 언니>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었어요?
“세상을 좁게 살았잖아요, 제가. 중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 보면 다 제 나이에 전부 결혼하고 출산을 한 거예요.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닌데, 임신과 출산만이 여자의 생이 아니고 너무 할 일이 많다는 것. 그렇게 안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여자는 눈을 떠라.”
―여성 경찰이라서 겪는 고충도 많던데요, 어떤 시민이 원도 작가님의 투블록 헤어스타일을 지적하는 얘기도 그렇고. 왜 이런 일이 생긴다고 보세요?
“경찰로 보지 않고 여자로 보기 때문이죠. 드라마에 나오는 경찰에 대한 여성상도 그런 인식에 일조하는 것 같아요. 업무 능력이 부각되기보다 명랑한 분위기 메이커, 아니면 완전 4차원 왈가닥 캐릭터예요. ‘여경’에 대한 프레임도 강하고.”
―‘여경’에 대한 프레임은 어떤 거죠?
“힘든 일 있으면 ‘저 못해요’ 빼는 소극적 이미지. 만약에 얼굴이 예쁘면 쟤는 얼굴 믿고 그런다. 잘해도 튀고 못해도 튀고. 남성이 뭔가 잘못을 했을 때는 ‘그 새끼 이상해’ 하는데 여성이 잘못하면 ‘역시 여경들은’ 이러거든요. ‘뽑아놨더니 별거 없더만’ 이런 소리 안 듣게 ‘필요’를 증명해야 하는 거 같아요. 책임감이 크죠.”
―여성들이 경찰 조직 안으로 들어온 지는 꽤 됐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위상이 크진 않아요. 그 언니들의 활약으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나요?
“사실 이건 경찰 조직뿐만 아니라 남성이 기득권을 잡고 있는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문제 같아요. 경찰이라고 해서 그런 현실과 다르진 않죠. 그래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이건 사회 분위기가 바뀐 데 따른 변화겠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미약하게나마 나오고 있으니까요. 저는 현실에 좌절하기보다는 부당한 것에 목소리 내는 여자 선배들의 모습만 기억하려고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젠더 감수성 차이로 남성 동료들과 갈등이 생길 때는 어떻게 풀어가나요?
“완벽히 매듭지으려 하면 싸움으로 번지니까, 저는 정면충돌보다는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정도로 노력하고 있어요. ‘그건 아닌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 근데 이런 걸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몰라서’ 말하는 분도 많거든요. 예전에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무던히 넘겼는데 지금은 그런 말 한마디에도 지나치지 않으려 해요. 책임감이죠. 내가 용인하면 다른 후배들에게도 용인되겠구나 싶으니까요.”
―원도 작가님이 일한 정보과나 과학수사대도 여성이 소수잖아요. 그런 데가 많나요?
“일단 경찰 업무는 밤을 새우는 당직 업무가 대부분이에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이 배제돼요. 어쨌든 여성에게 육아와 가사를 일임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또 회사 문제로 보면 여성이 당직을 할 경우 당직실부터 여러 시설이 필요한데 여기에 투자를 잘 하지 않죠. 굳이 노력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이 분위기를 고수할 순 없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여성이 더 많이 들어올 거고 그런 흐름을 조직 차원에서 마냥 방관할 수는 없을 거고요. 지금이 과도기라고 봐요.”
아기를 낳다 죽은 언니를 본 적도 있다, 아직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쌍둥이를 두고 옆방에서 목을 맨 언니도 있었다, 남편에게 두들겨 맞아 사망한 여성을 본 적이 있다, 지방청 사이버 수사팀 소속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부분의 영상에서 기저귀를 한 여자아이가 나온다고 했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어떤 법도 들이밀 수 없던 그 상황에서 나는 무력하기만 했을 뿐, 그런 내가 역겨워 며칠간을 끙끙 앓았다.”(<아무튼, 언니>)
―여성이 겪는 성폭력, 가정폭력과 죽음 이야기 대목은 읽기 힘들었어요. 경찰에게는 너무 일상적인 일들인데 일일이 마음 아파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경찰은 기억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모습을 잊지 않는 것. 여성 자살의 80%는 사회적 타살이에요. 피해가 있으면 남자들은 남을 죽이는데 여자는 자기를 죽이는 경향이 있어요. 자기한테 화살을 돌려요. 여자가 죽었는데 남편한테 맞아 죽은 거예요. 시체가 다 멍인데 이 여자가 알코올중독 환자라는 이유로 수사가 잘 안 이뤄지는 거예요. 유가족이 없으면 이의 제기하는 사람이 없죠. 현장 갔다 오면 눈물이 난다니까요. 글쓰기는 제 나름대로 풀어내는 방법이기도 해요. 사람들은 결과만 보니까.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기록하고 싶은 거죠.”
―인간 사회의 비참을 매일 목도하는데, 인간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회복하세요?
“한적한 시골에서 음악 크게 틀어놓고 드라이브해요. 운동은 많이 해봤는데 더 힘들어요. 그 순간엔 고통스러워서 잊히는데 샤워하면 생각나고. 악기 배워보고 보컬 레슨 받고, 프랑스 자수나 뜨개 방도 가보고, 살려고 발악하다가 찾은 게 글쓰기예요.”
―글 쓰면 고통이 더 또렷해지면서 조금 거리두기도 되는 거 같아요.
“벗어날 순 없죠. 이 직업을 그만둬도 이건 늘 안고 가는 거고. 사망 2년 만에 발견된 사람도 있는데 2년이면 사람이 장판이랑 붙어요. 미라가 되다 못해 안 떨어지는 거죠. 징그럽다 생각하면 못 해요. 남자 선배가 해준 말인데, ‘사건 현장에서 냄새난다고 생각하지 마라. 흙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썩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장례 치르게 도와준다고 생각해라’ 하셨죠. 고인의 안식 하나만 생각하고 해요.”
―혹시 경찰직을 내려놓고 싶을 때는 언제예요?
“매 순간?”
―그럼에도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내가 선택한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특히 추락 변사 이런 건 구급대원들이 수습하는 게 아니에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뇌 이런 거 저희가 치운단 말이에요. 보기 싫고 만지기 싫다고 놔둘 순 없잖아요. 누군가는 해야죠. 그게 경찰관이고요.”
―이런 직업의식은 어떻게 생기는 거예요? 6개월 연수?(웃음) 중앙경찰학교 입구에 걸려 있다는 슬로건이 인상적이었어요.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그 문장에 현혹돼서 인생 꼬인 사람들 많아요.(웃음)”
원도는 저자 소개에 이렇게 썼다. ‘생각보다 부서지기 쉬운 한 명의 인간’. 부서지는 사람들을 수습하며 매일 부서지는 그를 되살리는 힘은 소신보단 월급이다. 그래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다. 경찰은 직장이다”라고 말한다. 회사원으로서 그는 범죄 예방과 수사라는 직무 수행을 위해 더 나은 연봉과 복지를 원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안타까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법 제도적으로 강력한 형벌과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한 인간이 되는 일은 때때로 인간들을 감내하는 일’(카프카)임을 잊지 않는 시민으로서 그간 만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며 절에 가서 향을 피운다.
녹취 홍혜원
▶ 은유: 글 쓰는 사람. 글쓰기 수업도 한다. <글쓰기의 최전선> <다가오는 말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을 펴냈다. 2005년부터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고 인터뷰를 해왔다. 성폭력 피해 여성, 국가폭력 피해자, 성소수자, 산재 노동자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기록했다. 사람을 살게 하는 말을 모으고 나누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 ‘은유의 연결’은 4주에 한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