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174호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녹색평론사·1만2000원
지난 6월25일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겸 편집인이 세상을 떠났다. 1991년 창간해 29년 동안 이 잡지를 만들어오기까지 그는 “독보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해왔기에 <녹색평론> 174호(2020년 9-10월)를 펴내는 편집부의 고민이 깊었음이 역력히 드러난다. 그러나 ‘김종철 발행인 추모 특집호’로 구성된 이번 호에는 김해자 시인의 추모시 한 구절처럼 “보이지 않아도 곁에 있는 당신의 숨결”이 가득하다.
‘특별 좌담’에선 이런저런 길목에서 그와 만나온 이들(송기호, 이승렬, 장길섭, 정선희, 하승수)이 김종철의 사상과 인간적 매력을 소담하게 펼쳤다. “지금, 여기서, 이 땅의 현실에서 생태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이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찾는 현실적 성찰”을 해왔다는 고인처럼, 그가 제기한 문제들이 상존하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두고 나누는 대화가 흥미롭게 읽힌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우리 사회와 문화 속에서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공존 및 공생을 모색하는 생태학적 계몽”이 그의 생태사상의 요체라고 정의하며 “현재의 독자”뿐 아니라 “미래의 독자”에게도 가닿을 수 있음을 짚는다. ‘앞서간 농본사상가’로서 소농들을 독려하며 생각한 바를 실천했던 모습도 담겼고, 백낙청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이 회고한 일화도 실렸다.
2019년 원주에서 한 강연을 녹취해 발췌한 글 ‘생명사상과 환대의 윤리’에선 그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려온다. “세상이 절망스럽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우리가 옆에 있는 사람하고 잘 지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없습니다.” 환경파괴로 인한 감염병과 기후변화로 힘겨운 시기에, 남겨진 그의 말들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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