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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혐오 옆의 ‘착한 방관자’는 ‘비겁한 위선자’일 뿐

등록 2020-09-04 04:59수정 2020-09-04 10:09

미안함에 대하여

홍세화 지음/한겨레출판·1만5000원

진보지식인 홍세화의 사회비평에세이 <미안함에 대하여>는 제목이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2014년 4월의 세월호, 그리고 그 이전부터 느꼈던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이라고 밝혔다. ‘강한 자여서가 아니라 요행 덕에 살아남았다’는 그는 그 미안함을 불씨로 촛불을 켜, 우리 사회의 어둡고 춥고 약한 곳을 끊임없이 비춘다.

6년여간 <한겨레>에 실은 칼럼을 묶었는데, 그동안 신문에 보도된 한국 사회의 굵직한 이슈가 담겨 있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려다 탄압당한 김용희씨, 스타케미칼 해고자로 굴뚝에 오른 차광호씨, 산재로 사망한 김용균씨 등의 이름을 만나면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칼날 같은 비평과 함께 곱씹게 된다. 지은이는 반복되는 일들에 “익숙함을 경계”하고 “관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20년 동안 프랑스에서 난민으로 지낸 경험이 있는 그는 한국에서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난민의 처지를 살피고,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며 연대의 목소리를 낸다. 차별금지법에 미온적인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다. “혐오 옆의 ‘착한 방관자’는 ‘비겁한 위선자’일 뿐이다”라는 일갈이 선명하다. “서로 다른 ‘나’들이 각자의 처지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에 관한 물음에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가져야 하고 견해를 피력해야 한다”는 그의 바람이 미치지 못하는 교육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비친다.

책에 담긴 지은이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첨예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보는 일은 이 사회에서 방관자나 위선자로 남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기회가 되어줄 듯하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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