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라 지음/나무를심는사람들·1만6000원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는 심리상담가이자 마음칼럼니스트인 박미라씨가 쓴 차크라 안내서이자 현대 심리학의 차크라 연구 양상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책이다. 같은 주제의 박사학위 논문을 차크라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평이한 문체로 풀어 썼다. 차크라는 힌두교 탄트라의 요가 수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 가운데 하나다. 본래 바퀴 또는 원형을 뜻하는 차크라는 탄트라 요가에서는 꼬리뼈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인간의 척추를 따라 존재하는 일곱 개의 에너지 연결점을 가리킨다. 꼬리뼈에 자리잡은 ‘물라다라’에서 시작해 정수리의 ‘사하스라라’까지 이어진다. 탄트라 수련에서는 이 일곱 개의 에너지 연결점을 따라 차크라가 차례로 각성하면 인간 의식이 상승하고, 마지막 사하스라라에 도달하면 초월적 의식인 시바와 합일함으로써 해탈에 이른다고 믿는다. 지은이는 차크라 체계를 일종의 성격유형론이자 발달심리학이면서 의식의 진화를 안내하는 정신의 지도라고 말한다. 차크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어서 자연과학의 유물론적 시각에서는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19세기에 차크라가 서구에 알려진 뒤 차크라를 연구하는 심리학파들이 나타났다. 이 책은 이 심리학파 가운데 차크라 연구에 특별한 성과를 낸 네 분파로 빌헬름 라이히를 비롯한 일군의 학자들이 발전시킨 정신생리학, 스와미 아자야가 주도한 현대요가심리학,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 켄 윌버의 통합심리학을 소개하고 이 학파들이 차크라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려준다. 분석심리학의 경우를 보면, 융은 1932년 차크라를 활성화하는 인체 내부의 에너지인 ‘쿤달리니’에 관한 세미나를 열어 쿤달리니와 차크라에 대한 심리학적 해석을 시도했다. 이 세미나의 전 과정을 기록한 것이 <쿤달리니 요가의 심리학>이다. 융은 차크라의 일곱 에너지 연결점을 관통해 인간 의식이 상승하는 과정을 우리의 자아가 무의식을 일깨워 나감으로써 ‘자기실현’에 이르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또 통합심리학을 구축한 윌버는 차크라를 인간 의식을 속박하는 매듭이라고 보고 이 매듭을 풀어가는 것을 인간 의식의 발달로 이해했다. 인간 의식이 차크라의 매듭을 하나씩 풀어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방해 없는 초월적 지복의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네 학파의 차크라 이해를 소개한 뒤 이 책은 이 연구 성과를 종합해 인간 의식의 발달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참자아’ 즉 순수의식을 지닌 채 태어나는데, 이 순수의식은 우리의 몸 안에 갇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의식적인 수련을 통해 차크라를 활성화함으로써 이 순수의식을 해방시킬 수 있다. 그런 해방의 과정을 통해 인간은 행복과 불행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온전함과 전체성을 지닌 성숙한 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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