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이토록 흥미진진한 모험소설을 봤나

등록 2020-08-21 05:00수정 2020-08-22 11:23

[책&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손도끼

게리 폴슨 지음, 김민석 옮김/사계절(2001)

자연재해를 겪고 나면 겸허해진다. 자연스레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 만약 문명의 이기 없이 자연과 맨몸으로 맞닥뜨린다면 어떨까. 소설 <로빈슨 크루소>부터 영화 <캐스트 어웨이>까지 이어지는 무인도 표류 모험담은 이런 가정을 눈앞에 보여준다. 18~19세기에 등장한 모험소설이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만약 무인도에 간다면’이라는 설정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청소년 소설 <손도끼>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불시착한 소년의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이다. 1986년 뉴베리 상을 수상한 청소년 모험소설의 고전이다. 하지만 이런 미사여구보다 독자가 알아야 할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거두절미하고 사건이 벌어지며 주인공이 위기에 봉착한다는 점이다. 소설의 도입부가 장황할 경우 쉽게 포기하는 십대라도 첫 번째 챕터만 읽는다면 끝까지 읽을 만하다. 목숨이 위태로운 주인공 브라이언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금해서라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 전개가 빠른 책들은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강하고, 집중해서 읽다 보면 더위도 잊기 마련이라 여름철 독서로 제격이다.

부모가 이혼을 해서 엄마와 사는 브라이언은 아버지를 만나러 단발기를 타고 캐나다로 간다. 금방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조종사가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더니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엔진소리 요란한 비행기에 브라이언 혼자 남았다. 비행기가 호수에 불시착해 가라앉고 브라이언은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 살아남았지만 아무것도 없다. 아니, 손도끼 하나가 있다. 떠날 때 엄마가 손도끼가 담긴 가죽 주머니 벨트를 선물로 매어준 덕이다. 평범한 도시 소년 브라이언은 이제 어떻게 될까.

해가 뜨자 모기 떼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받는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야외 생활에 관한 책이나 텔레비전 영화에서는 모기나 파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자연에 관한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건 아름다운 경치나 즐겁게 뛰노는 동물뿐이었다.” 브라이언의 절규처럼 환상 속의 모험과 달리 자연에는 판타지는 없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구출될 거라는 희망이 사라지자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하지만 ‘나쁘고 틀리고가 아니라 자기 연민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뼈저리게 깨닫고 생존의 길을 찾아간다.

가장 놀라웠던 건 브라이언이 절망을 이겨내는 대목이다. 구조 비행기가 브라이언을 보지 못하고 가버리자 죽을 만큼 무력해진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브라이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희망’을 자신으로부터 찾는다. 자신이 배울 수 있고, 생존할 수 있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는 믿음에서 희망을 찾았다. 이 자기 확신이 있는 한 인간은 절망에 사로잡히지 않는 거였다. 책으로 떠나는 모험은 이래서 흥미롭다. 초등 6학년부터.

출판 칼럼니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