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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관심받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등록 2020-08-07 04:59수정 2020-08-07 09:51

관종의 시대
김곡 지음/그린비·1만3000원

‘관종’(관심 종자)은 요란하게 눈길을 끄는 일부를 가리키는 말이라 생각했다. “‘관종’은 관심이 곧 가치이자 생명력이 되어 버린 이 시대 자체의 캐릭터, 이 사회 전체의 캐릭터를 지시한다”며 “우리 모두 관종이다”라는 서문의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관종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하나의 ‘증상’”이라는데, 나라고 예외일 수 있을까.

<고갈> <방독피> <자본당 선언> 등을 만들어온 영화감독 김곡은 <관종의 시대>에서 ‘관종’이란 존재를 철학적으로 사유했다. 간명한 문장으로 이루어졌지만, 여느 철학서가 그렇듯 이 책 역시 읽어내기가 녹록하지 않다. ‘셀프’라는 자아를 지닌 관종은 과잉자기성애로 충만해 있으며, 편집증과 노출증을 지니고, 타자를 소거한 채 관심을 갈망한다고 책은 정의한다. 지난 세기의 존재론으론 설명할 수 없는, ‘대상’을 가지지 않기에 ‘존재’하지조차 않는다는 ‘관종’을 이해하려면 앞선 문장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각주에 등장하는 프로이트, 사르트르, 니체 등의 이름과 각종 분석자료가 ‘관종’을 깊이 파고드는 데 동원되기에 책은 좀 더 묵직해진다.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갖가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일상을 전시하고, 링크된 글들에 ‘좋아요’를 누르고, 나와 다른 의견을 손쉽게 차단해본 경험이 있다면 책이 진단한 ‘관종’의 모습에서 자신을 완전히 분리해내긴 어렵다. 무심히 한 행동에 나르시시즘에 취해 있는 자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각을 하게 될 때 책은 자꾸만 멈춰 서도록 만든다. 수많은 에스엔에스 속 ‘과잉’된 자아와 ‘소거’된 타자를 확인할수록 깊어지는 허무의 감정을 살펴보고, ‘관종의 시대’를 넘어 회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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