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돌 맞아 20명 작가 인터뷰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35년차 편집자 “잘 되는 책 공통점? 공감에서 나온 가독성”
35년차 편집자 “잘 되는 책 공통점? 공감에서 나온 가독성”

정은숙 지음/마음산책·1만8000원 출판사 마음산책이 2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은 ‘질문’이었다. <스무 해의 폴짝>은 정은숙 대표가 이 출판사에서 책을 냈던 문학 저자 스무 명을 만나 질문하고 그 대답을 기록한 인터뷰 모음이다. 그 어렵다는 출판 시장에서 스무 해를 버텨냈다는 자부심 같은 건 이 책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스무 해, 420여 종의 책을 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움과 여기서 뻗어 나온 절박한 질문이 가득하다. 4일 오후 마포구 사무실에서 지은이 정 대표를 만났다. “독자를 모르겠어요. 독자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읽고 싶어 하는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어요. 특히 중고서점이 생기면서 독자들의 ‘초기 반응’이 너무 약해졌어요. 신간이 중고서점에 풀리기를 독자들이 기다리기 때문에 신간이 나와도 바로 기세가 꺾이고 아무 호응이 없어요. 물론 온라인 서점 데이터로 (독자의 선호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짐작만으로 산업에 종사할 수는 없잖아요.” 답을 구하고자 작년 가을 시인 김용택부터 올봄 평론가 신형철까지 스무 명의 문인을 만나 물었다. 책을 둘러싼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 시대에도 ‘쓰는 일’을 왜 멈추지 않는지. 그는 답을 얻었을까. “‘독자는 변화했다. 그러나 문학은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변화가 와도 문학은 계속된다.’ 작가 스무 명의 공통적인 답변이었어요. 생산자(작가)가 절망하지 않고 있고, 걱정하는 분도 예상외로 없더라고요. ‘아, 작가가 이렇게 열심히 쓰겠다고 하니, 책을 만드는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겠구나’ 희망을 갖게 됐어요.” 희망은 단순하지만 변화는 복잡하다. 정 대표는 소설가 김숨에게 질문하면서 ‘글을 통해서 새로운 매체에 닿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창작하는 경우가 많고, 독특한 스타일을 찾아 읽는 독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말을 보탰다. 책이 드라마·영화의 1차 콘텐츠가 되면서 출판을 ‘발판’으로 보는 새로운 욕망을 지닌 작가가 생겼고, 책에 대한 독자의 마음가짐도 경외심에서 ‘필요한 것만, 빠르게 읽겠다’는 실리적인 태도로 변모했다. 이렇듯 작가와 독자의 욕망이 변했기에, 둘을 잇는 출판사의 역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예전에는 책만 잘 만들면 끝나는 거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 책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까 ‘출간 이후’를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출판사가 작가와 저작권 에이전시, 작가와 작가 등을 연결하며 콘텐츠를 둘러싼 관계망을 구축하는 ‘고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인 20명에게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운동화를 선물한 정 대표는 “관념으로서의 문학이 아니라 육화한 문학을 대하는 기분이었다”고 썼다. 마음산책 제공

창립 20주년을 맞은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가 이 출판사의 첫 책 <굴비낚시>(김영하·2000)와 최근 책 <스무 해의 폴짝>을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마음산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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