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거리
우주에서 바이러스까지, 인간은 아는 것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는 “신들이 우리에게 내려준 질병들은 이해할 수 없어 더 좌절스럽다”고 말합니다.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에서 그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겨냥합니다. 거대 농축산업의 문제를 폭로하는 그는 지금의 식량 생산과 유통 체계가 안전하다는 믿음, 정보공개 거부, 철새 탓하기 등 전염병에 대응하는 정부와 자본의 결탁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자본은 돈과 명성으로 정부와 과학을 길들였지만, 바이러스까지 마음대로 하지는 못했습니다. 자연, 동식물, 농축산업, 인간, 보건과 문화인프라까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는 구조를 설명하며 그는 인류에게 혁명적 변화를 당부합니다. 책 말미 한 저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하며, 마침내 더 이상 고독하고 냉소적인 패배자로 남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죠.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다. 상황을 바꾸면 풍요가 있다. 세상은 뒤집힐 수 있다.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
이번주 어린이·청소년면에 출판칼럼니스트 한미화님이 소개한 <시간의 주름>(1962)은 어린이 판타지계의 거장 매들렌 렝글의 대표작입니다. 그는 후속작 <바람의 문>(1973)에서 미토콘드리아 속 ‘파란돌라’라는 소우주로 아이들을 다시 데려갑니다. 철학적 깊이를 갖춘 렝글의 작품 속 메시지는 일관됩니다. 참된 용기만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고요.
새 책 <홉스> <마르크스의 귀환> 또한 혁명적 탈바꿈과 용기만이 우리를 두려움과 공포에서 구할 것이라고 일깨웁니다. 실망과 허무감 속에 발이 푹푹 빠질 때 읽을 만한 책입니다. 책을 들 기운조차 없다면 밤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요.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은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인간 또한 별의 아이들인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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