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지성
오길영 지음/소명출판·2만5000원
영문학자 오길영(
사진) 충남대 교수는 2015년 표절 논란 때 몇몇 동료들과 함께 문학권력을 비판하는 쪽에 섰다. 그의 두 번째 평론집 <아름다움의 지성>에 실린 ‘한국문학의 아픈 징후들: 표절과 문학권력 논란에 대하여’가 그 시기를 대표하는 글이다. <힘의 포획> 이후 5년 만에 나온 이 평론집에는 <황해문화>에 쓴 계간 문학평을 비롯한 작품론과 문학 일반론, 이론비평, 문화론 등이 묶였다.
오 교수는 지난해 10월 <아름다운 단단함>이라는 문학 산문집을 낸 바 있는데, 이번 평론집 제목과 비교해 보자면 ‘단단함’의 자리에 ‘지성’이 대신 들어 있는 형국이고, 다시 그 말은 단단함과 지성이 서로 통한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나는 강인하고 냉철한 지성의 결핍이 한국문학의 핵심 문제라고 판단한다”고 그가 말할 때, 또는 “한국문학 공간을 지배하는 어떤 오해와는 달리 문학(비평)은 단지 감각이나 감성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지성, 감각화된 지성의 문제다”라고 말할 때, 그의 책 제목들이 한국문학의 결여를 가리키는 것임을 알게 된다.
오길영 비평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거침없는 비판에 있다. 그는 김수영 시인의 말을 빌려 “이 시대 비평에는 ‘불평’이 너무 적다”고 단언한다. ‘공감의 비평’을 내세워 칭찬과 감탄으로 일관하는 비평에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성이 없거나 부족한 창작이 좋은 작품이 못 되듯이 비판적 지성이 빠진 비평은 하나마나한 해설에 그치기 십상이다.” 만해문학상 수상작인 이인휘 소설집 <폐허에 서다>,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인 김세희 소설집 <가만한 나날>,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인 이소호 시집 <캣콜링>, 그리고 은희경 장편 <빛의 과거>와 조남주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 등을 냉정하게 비판함으로써 그는 창작과 비평 양쪽을 동시에 겨냥한다. 이인휘의 소설은 “너무 쉽게 인물과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점이, 김세희의 소설은 “주어진 현실의 막막함을 건드릴 수 없는 대상으로 정해 놓고 그 벽 앞에서 힘들어하거나 서로 부딪치는 인물들의 내면 묘사에 힘을 쏟는 것”이, 은희경의 소설은 “작가가 인물과 사건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날카롭게 고민하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렇다고 그가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해자 시집 <해자네 점집>, 김혜진 장편 <딸에 대하여>, 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 등에 대한 칭찬은 그가 생각하는 ‘감각화된 지성’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강창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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