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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거인의 어깨에 올라 써라

등록 2020-06-26 06:00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지음/위즈덤하우스·1만6000원

책의 제목을 보고 먼저 든 생각은 ‘부럽다’였다. 말하기에 비해 쓰는 일은 좀 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말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고, 이내 부끄러워진다. 유려한 제목에 순간 마음을 뺏겼지만, 책장을 열면서 ‘말하다’와 ‘쓴다’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곱씹게 된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강원국의 신작이다. 그는 이 책에서 좋은 말과 글의 조건을 집대성했는데,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글을 써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끊이지 않는 물줄기처럼 이어진다. 베스트셀러를 써낸 지은이도 “글쓰기의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내 오랜 화두다. 기업에서 17년, 청와대에서 8년 그리고 이후에도 줄곧 글 쓰는 일을 하는 나조차 글쓰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낯선 두려움에서 출발한 글쓰기가 익숙함과 자신감뿐 아니라 즐거움까지 주는 것”이기에 동일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독려한다. “잘 쓰는 게 가장 좋고, 그다음은 잘 못 써도 쓰는 것이다. 안 쓰는 것이 최악이다. 잘 못 써도 쓰면 희망이 있다.” 말하듯이 쓰기 위해 상황마다 적절하게 말하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말을 열심히 들은 경험이 풍부한 그는 말하고 쓰는 일에 앞서 ‘경청’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지은이는 “배려하는 사람의 글은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독자를 배려한 쉽고 간결한 문장 덕분에 책이 담고 있는 무수한 지침이 온기를 지닌다. 그는 누군가를 본보기 삼아 따라 하면서 자신의 글쓰기를 터득할 수 있다(‘거인의 어깨에 올라 써라’)고 했는데, “나만의 글, 나다운 글”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올라앉을 수 있는 너른 어깨를 내준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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