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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그동안 후의와 배려에 감사한다”…박종만 까치글방 창립자 14일 별세

등록 2020-06-22 13:44수정 2020-06-22 20:40

고 박종만 까치글방 창립자. 사진 까치글방 제공
고 박종만 까치글방 창립자. 사진 까치글방 제공

박종만 까치글방 창립자가 지난 14일 지병으로 별세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5.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궂긴 소식이 늦었다며 “생전에 베풀어주신 후의와 배려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남겼다. 유언에 따라 가족들만 모여 장례미사를 올리고 서울 흑석동성당 ‘평화의 쉼터’에 모셨다”고 22일 밝혔다.

고인은 부산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수료했으며 1975년부터 1년반 가량 월간 <뿌리깊은 나무> 편집부에서 근무했다. 평소 출판인으로 자부심이 높았던 그는 1977년 출판사 창립 이후 대표를 맡아 본격적으로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 분야 명저들을 두루 펴냈다. 사회적으로는 당대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학술적으로는 세계 석학들의 저서를 집중 발간해 대중과 학계의 관심을 높이려고 한 것이다.

출판사는 1978년 첫 책 <한국 민족주의의 이념과 실태>(차기벽)를 낸 뒤 <풍속의 역사>(에두아르트 푹스), <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 <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S. 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등 지금까지 (절판 포함) 800여종의 책을 펴냈다. 2017년에는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전 4권) 시리즈를 완간하고 지난해엔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 시리즈를 7년 만에 완간하는 등 굵직한 ‘현대의 고전’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평소 우리나라에 소개해야 하는 책인데 볼륨이 있거나 어려워서 출판을 꺼리는 책들도, 필요하다면 수년이 걸려서라도 꼭 내려고 하는 의지가 있었다”고 부인 김실씨는 밝혔다. 출판인으로서 공로가 인정돼 2000년 책의 날 기념 국무총리 표창, 2001년 올해의 출판인상, 2004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문화부문) 등을 받았다.

6년 전 발병한 뒤 최근 병세가 악화했고 호스피스병원으로 옮겨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끝까지 평소처럼 흐트러짐 없이 의연하게 지내던 고인은 “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남겼다고 한다. 유족은 “고인이 다른 문화장르처럼 책 문화가 대중화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며 “‘까치’ 애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계속 책을 사랑해준다면 고인은 하늘에서도 기뻐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이 나빠진 뒤 2017년부터 딸 후영씨가 까치글방 대표이사를 맡았고 그는 편집위원으로 물러나 일해왔다. 그밖의 유족으로는 아들 후인(엘지디스플레이 책임)씨가 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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