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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국의 도시에서 스스로 ‘시 독방’ 갇혀 문학 갈증 풀었죠”

등록 2020-06-15 20:12수정 2020-06-15 20:21

한희원 작가 등단 35년만에 첫 시화집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아홉달동안 작업
새달 7일까지 ‘이방인의 소묘’ 전시회도
광주 양림동 ‘한희원 미술관’ 앞에 선 한희원 작가. 정대하 기자
광주 양림동 ‘한희원 미술관’ 앞에 선 한희원 작가. 정대하 기자

최근 <이방인의 소묘>라는 시화집을 낸 한희원(65) 화가가 다음달 7일까지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문화공간 ‘김냇과’에서 ‘트빌리시 귀국전’을 연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아홉달동안 조지아(옛 그루지아) 트빌리시에서 생활했다. 트빌리시는 2015년 지인들과 떠난 여행을 가 마음에 꽂혔던 도시다. 유럽 중세도시 흔적이 남아 있는 그곳은 “고향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당시 함께 여행을 안내했던 여행사 대표가 트빌리시에 지사를 내면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줬다. “행운이었지요. 아는 사람도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더 열심히 작업을 했어요.”

한희원 작가의 그림 `트빌리시의 노인'. 한희원 작가 제공
한희원 작가의 그림 `트빌리시의 노인'. 한희원 작가 제공

트빌리시에서 그는 360점이나 되는 그림을 그렸다. 1978년 대학교 4학년 때 양림교회 지하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뒤 ‘시적 민중미술’을 추구해 온 그가 슬쩍 작품의 ‘틀’을 깬 셈이다. 현지 사정이 유화 작품을 밖으로 가지고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아크릴 물감을 선택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또 빗이나 솔 등의 오브제를 활용해 변화도 줬다. “아크릴 물감이 자유스러운 성품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추상에 가까운 그림도 그릴 수 있었지요.” 그림 작업에 힘을 빼면서 작품이 다양해졌다.

한희원 작가가 2019년 5월18일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그린 `트빌리시의 광주 오월' 작품. 한희원 작가 제공
한희원 작가가 2019년 5월18일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그린 `트빌리시의 광주 오월' 작품. 한희원 작가 제공

이국의 도시에서 고독을 맛본 그는 스스로를 ‘시 독방’에 가뒀다. 이광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이었던 아버지(고 한이직)의 영향을 받아 청소년기 때부터 쓰고 읽기를 좋아했던 그에게 이국은 문학적 갈증을 해소하는 데 적지였다. 트빌리시에서 70여 편의 시를 썼다. 이 가운데 시 41편을 고르고, 기존에 썼던 시 45편을 더해 총 86편의 시와 작품 100여 점을 수록해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낸 셈이다. 1985년 <순천문학> 창간 동인으로 참여해 등단한 이후 꼬박 35년 만이다.

조지아 트빌리시 체류 시절의 한희원 작가. 한희원 작가 제공
조지아 트빌리시 체류 시절의 한희원 작가. 한희원 작가 제공

한 작가는 양림동에 있는 ‘한희원 미술관’(155㎡)에서 그림과 시 작업을 병행할 생각이다. 평생 마음 한 켠에 두고 사는 오월도 이젠 “축제처럼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18일 오월 주간을 맞아 ‘트빌리시의 광주 오월’을 그렸다. “오월에 살던 사람과 그들의 죽음을 인류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앞으로 사랑이라든가, 죽음이라든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들을 때론 추상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요.”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시화집을 낸 한희원 작가의 `트빌리시 귀국전'을 알리는 홍보물.
시화집을 낸 한희원 작가의 `트빌리시 귀국전'을 알리는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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