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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지성팀장의 책거리] 단단한 각오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등록 2020-06-12 06:01수정 2020-06-12 14:44

[책&생각] 책거리

통영의 작은 마을에 자리잡은 소담하고 아름다운 출판사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가 오랜만에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는 “험악해서 안부 묻기도 어려운 시절”이라며 반가운 새 책 소식을 전했습니다. 20년이 넘도록 전국 방방곡곡의 구멍가게를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려온 이미경 작가의 신간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가 나왔다고요. 3년 전 선보인 이 작가의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들고 가게를 찾아간 독자들, 이미경 작가에게 어릴 적 구멍가게가 아직 살아 있다며 제보를 한 사람도 있었답니다. 정 대표는 “이 책이 만든 여러 기적이 있다”며 당시 <한겨레>가 실은 책 소개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이 커 출판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어떤 책방 사장님은 폐업을 마음먹었다가 이번 신간을 받아보고 용기를 내어 다시 책방 문을 연다는 이야기를 해서 출판사 직원들까지 눈물바람이었다죠.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뒤 서점·출판계의 풍경은 사뭇 달라졌습니다. ‘봄날의책방’을 운영하는 남해의봄날은 구독 서비스를 실시해 책과 통영의 지역 특산품, 그리고 아트상품을 함께 받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보문고는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서점 매출을 앞질렀습니다. 유명작인 ‘빅타이틀’을 보유한 출판사들 매출은 늘었다지만, 중소 출판사들은 심각한 상태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 와중에 지난 8일 서적도매상 인터파크송인서적이 경영난 탓에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구미의 명물 서점’ 삼일문고 김기중 대표는 “서점인이 되기 위해선 단단한 각오가 있어야 할 것”이라 당부하시더군요. 결의에 찬 각오 없이도 편안한 마음으로 서점과 출판사를 열어 오래 읽힐 책을 짓고 파는 사람들을 끝없이 만날 수 있기를, 여전히 꿈꿉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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