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지 마, 아랫집에서 올라온다.” 아파트 공화국에서 사는 어린이가 하루에도 수차례 부모에게 듣는 말이다. “아랫집 할아버지가 ‘이노옴’ 한다” “뛰면 무서운 아저씨가 잡아간다” 등으로 변주되는 이런 말들은 이웃에 대한 ‘공포감’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아이의 행동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쓴맛을 남기곤 한다.
<쿵쿵 아파트>는 이웃에 대한 이런 공포감 대신 호기심을 심어주는 책이다. 5층 주택에 1층부터 차례로 염소 청년, 기린 아저씨, 아기 토끼, 코알라 할아버지, 곰 할머니가 살고 있다. 염소 청년은 가수가 꿈이어서 노래를 불러대고, 기린 아저씨는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서 허구한 날 벽에 못을 박으며, 아기 토끼는 이 소리에 깨서 울고, 글 쓰는 코알라 할아버지는 인상을 찌푸린다. 곰 할머니는 훌라후프 하다 매번 떨어트려 쿵쿵 소리를 내기 일쑤다. “워우워, 두두두, 앙앙, 탁탁” 온갖 소리가 5층 주택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5층 주택이 통째로 정전돼 각자 집에만 머물던 동물들이 옥상에 모이게 된다. “의사가 운동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해서요.”(곰 할머니) “원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좀 예민했습니다.”(코알라 할아버지) 한 공간에 모인 이들은 하나 둘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고, 주민들은 오해를 풀고 이웃의 삶을 들여다 볼 여유를 갖게 된다. 이들은 합심해 옥상에서 장난치다 떨어질 뻔한 아기토끼를 구하고, 가로로 ‘쿵’ 쓰러진 주택을 함께 고치며 ‘토요일 다세대 주택’이라는 이름도 붙여준다. 토요일처럼 항상 즐거운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공포가 아니라 호기심에 기반해 이웃에 대한 배려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와 함께 읽어 봄 직하다. 전승배 애니메이션 감독과 강인숙 아트디렉터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 <토요일 다세대 주택>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4살 이상.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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