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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등록 2020-05-29 06:01수정 2020-05-29 09:14

[책&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아무도 들어오지 마시오
최나미 지음/사계절(2019)

자꾸 성을 냈더니 하루는 아이가 “귀여운 할머니가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살아보라며 충고를 한다. 내가 아는 한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처음 나선 사람은 소설가 김연수다. 젊은 시절처럼 타인의 눈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할머니, ‘웃는 눈으로 선한 것만 보는 할머니’가 장래 희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무루 작가도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 두 종류의 할머니가 있다. 고집스럽고 완고한 할머니와 늘 웃는 귀여운 할머니다. 어떤 할머니가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아무도 들어오지 마시오>를 읽으며 멋들어진 할머니란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생각했다. 최나미 작가가 작품 속에서 이상한 그러나 근사한 할머니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힘있게 끌고 갔기 때문이다.

엄마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중학생 석균이는 학교도 가지 않고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간다. 그러다 위급상황에 처한 석균이를 구해준 할머니와 얼떨결에 동거가 시작된다. 할머니는 똑 부러지게 할 말 다하고, 쓸데없이 간섭하지 않는 협상의 달인이다. 설교를 늘어놓는 아빠도 꼼짝 못 한다. 여기에 사고 당시 사라졌던 엄마의 휴대폰이 석균이 앞으로 뒤늦게 배달된다. 미스터리까지 더해지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처음에는 십대의 따돌림을 다룬 작품인가 싶었으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사과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주제였다. 잘못했다고 누구나 사과를 하는 건 아니다. 아빠나 석균이처럼 틀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사과를 할 수도, 진실을 물을 수도 없다. 그러나 사고와 실수 없는 삶이 가능하던가.

석균이는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여겼으나 결국 할머니가 멋지다고 인정한다. 할머니가 완벽해서가 아니다. 모든 걸 알고 실수라고는 하지 않는 어른인 척 굴지 않아서다. 석균이 입장에서 할머니는 손이 많이 가지만 그래서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는 근사한 척하는 어른이 아니라 솔직하고 사과를 할 줄 아는 어른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어렵더라도 나부터 진솔하고 잘 웃는 할머니가 되어야겠다. 그래야 아이들이 멋진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 중학생부터.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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