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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민담의 권선징악, 실제였으면!

등록 2020-05-15 06:00수정 2020-05-15 10:56

민담형 인간
신동흔 지음/한겨레출판·1만6000원

민담은 글이 아닌 기억을 매개로 한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는 취약할지 몰라도 어차피 사실 여부는 민담에서 중요치 않다. 입에서 입으로 옮겨가며 재미있고 가치 있는 것, 그래서 ‘기억될 만한 것’만 살아남는, 영원히 완결되지 않는 이야기. 민담을 보면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민담은 유독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민담은 역시 보나 마나 뻔한 이야기에 불과한 걸까? <민담형 인간>은 한국, 독일, 러시아 등 세계 각지의 다양한 민담을 소개하면서 이와 같은 생각에 반박한다. 저자는 민담의 이야기 전개가 ‘뻔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제 격에 맞는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민담에는 잘 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망하는 사람도 있고, 현실에서처럼 ‘운’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주인공에게 막대한 운이 찾아오는 건, 그가 ‘주인공’이어서가 아니라 선하고 담대하며 노력하는 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갖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이에겐 해피엔딩이 찾아오고, 남 탓을 하며 회피하고 행동에 나서지 않은 채 답보하는 이들은 파멸에 이른다.

슬프게도 인생은 단순한 민담보단 복잡한 소설에 가깝다. 행운보단 불운이 잦고, 확신보단 불안과 고뇌를 품게 하는 순간들이 많다. 저자는 민담이 오랜 기간 전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말한다. 결국엔 자기 ‘그릇’에 맞는 삶을 맞이한다는, 자연스러운 순리가 우리 인생의 영원불변한 진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민담에는 이러한 평범한 이들의 소박한 믿음이 담겨 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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