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전증후군·산후우울증·갱년기…생애주기별 여성 뇌·호르몬 연구
‘피임약 먹으면 우울증 걸린다’ 등 여성호르몬 둘러싼 통념에 ‘반론’
‘피임약 먹으면 우울증 걸린다’ 등 여성호르몬 둘러싼 통념에 ‘반론’
![](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0/380/imgdb/original/2020/0514/20200514504057.jpg)
사라 매케이 지음, 김소정 옮김/갈매나무·1만9000원 수능 시험 전날, 생리가 터질까 봐 밤잠을 설쳤다. 애인에게 언성을 높인 후엔 혹시나 피엠에스(PMS·생리전 증후군) 때문에 엉뚱한 화를 낸 건 아닐까 생리 주기를 따져봤다. 여성호르몬이 언제 어떻게 인생을 훼방 놓을지 몰라 늘 불안했다. 비굴한 신하처럼 평생 호르몬의 눈치를 봤다. <여자, 뇌, 호르몬>은 적지 않은 여성이 겪고 있는 이런 과도한 ‘호르몬 눈치 보기’에 제동을 건다. 오스트레일리아 신경과학자인 지은이 사라 매케이는 여성호르몬을 주제로 진행된 전 세계 연구결과를 토대로 여성호르몬이 그동안 받아왔던 ‘악명’의 실체를 따져본다. 사안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여성호르몬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었다는 게 지은이의 입장이다. 단적인 예가 피엠에스다. 생리 시작 일주일 전 시작되는 불안·짜증·몽롱함·아랫배 통증 등을 통칭하는 이 증후군은 ‘여성은 감정적’이라는 불명예를 씌우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지은이는 다른 의견을 소개한다. 2012년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교에서 생리주기와 기분의 관계를 주제로 한 47건의 연구를 종합했는데 생리주기가 기분 변화를 유발한다는 명백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긍정적 감정에 대해선 묻지 않고 ‘월경 때 부정적 감정을 느끼냐’고만 묻는 방식도 불완전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한몫한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피임약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통념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6년 덴마크 연구팀이 15∼34살까지 여성 100만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피임약을 복용한 뒤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상대위험도’는 23%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를 ‘절대위험도’로 다시 살펴보면 피임약 복용자의 항우울제 처방 위험도는 2.1%, 피임약 비복용자의 위험도는 1.7%로 “(100명을 기준으로 보면) 피임약 먹은 여성이 항우울제 처방받는 수는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한 명도 채 되지 않는 정도의 차이로 많을 뿐”이라는 것이다.
![많은 갱년기 여성이 증상을 호소하는 ‘브레인 포그’는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저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에스트로겐은 예리하게 사고하는 걸 돕는데, 갱년기 수치가 떨어지면서 몽롱한 느낌이 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갱년기 여성이 증상을 호소하는 ‘브레인 포그’는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저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에스트로겐은 예리하게 사고하는 걸 돕는데, 갱년기 수치가 떨어지면서 몽롱한 느낌이 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53/311/imgdb/original/2020/0514/20200514504055.jpg)
많은 갱년기 여성이 증상을 호소하는 ‘브레인 포그’는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저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에스트로겐은 예리하게 사고하는 걸 돕는데, 갱년기 수치가 떨어지면서 몽롱한 느낌이 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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