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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거리] 혹독한 시대의 경제학

등록 2020-05-08 08:31수정 2020-05-08 09:39

[책&생각] 책거리

재벌집 아이들도 놀이동산에 가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부자들은 디즈니월드에 가더라도 놀이기구 앞에 줄을 길게 서지는 않는다는군요. 시간당 500달러에 제공하는 ‘브이아이피(VIP) 안내원’을 고용하면 놀이기구 코앞까지 안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에는 유명한 대리 줄서기 기업이 있고, 용역이 로비스트를 대신해 공청회 방청 줄서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사업을 감시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거죠. ‘새치기 산업’이라면 한국에도 없지 않습니다. 선착순 신고를 가능하게 한 법률 때문에 집회 신고 대행 아르바이트가 생긴 것이 10년 가까이 되니까요.

경제학자 게리 베커는 1976년 논문을 통해 삶의 모든 영역을 경제학적으로 추론한 최초의 학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경제학이 인간 삶의 모든 부분을 해명할 수 있을까요? 새 책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의 지은이 조너선 앨드리드는 ‘노’라고 단언합니다. 신자유주의와 주류 경제학이 인간을 타락시킨 부분을 소상히 밝히면서 그는 “현실 세계의 삶은 에코노미쿠스로서의 삶이 아니”라고 말하죠.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사람 사이의 시장 거래를 용납하기보다 차라리 그런 시장을 금지하는 것이 낫다는 겁니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또한 불평등에 눈감으며 약자를 두 번 죽이는 ‘나쁜 경제학’을 비판합니다.

지금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까지 경제적 거래관계로 보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생각보다 혹독할 것이란 예언이 쏟아지고 있으니, 언제나 그랬듯 신자유주의 시대의 ‘가족’은 또다시 마지막 보루이자 안식처라는 찬사를 받게 되겠죠. 위기에 처한 국가공동체가 자주 가족주의에 기대곤 하지만, 그럴 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족처럼 해결난망인 관계도 드물다는 것. 어버이날을 맞아 할 얘기는 아닙니다만.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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