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쏘울 메이트
김연 지음/북인더갭·1만5000원
<세기의 쏘울 메이트>는 저자의 이력이 먼저 눈길을 모은다. 서울과 미국 등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 통계물리를 공부한 김연(본명 김찬수)은 2015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재직 중인 그가 이끈 연구팀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확진자 사이의 연관관계를 계산해낸 점도 이목을 끈다.) 이런 이력이 바탕이 된 듯, 저자는 경제학자와 시인을 매치해 세상살이와 시대의 화두를 풍성하게 펼쳐낸다. “연관이 없는 듯 보이는 두 존재”가 소환되었지만, “‘언어경제학’인 시 속에 담긴 꿈과 ‘시적 사회학’으로서 경제학이 그리는 땀이 씨실과 날실로 짜이기를 바랐다”는 그는 78명의 경제학자와 시인을 짝지으며 그 바람을 실현해냈다.
같은 모임에서 교유하며 생각을 나눈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버지니아 울프, 짧지만 굵은 교분을 나누며 시대의 변혁에 공감한 카를 마르크스와 하인리히 하이네, 낮은 곳에 함께 시선이 머문 군나르 뮈르달과 흑인 스털링 브라운 등 같은 선상에 놓인 이들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롭다. 교과서나 신문에서 만났던 경제학자들이 그 시대에 자신의 이론을 통해 어떤 사회를 꿈꾸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데, 작가들의 시가 사고의 범주를 넓힌다.
“시인, 그리고 경제학자는 사람에 대한 관심 없이는 무엇도 쓸 수 없다. 이들은 다른 이들의 삶에 공감을 디딜 때라야만 존재할 수 있다”고 정의한 저자의 시선은 내내 ‘사람’에게 머문다. 불평등 해소, 균형성장 등 시대의 과제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그의 서술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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