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수업
김헌 지음/다산초당·1만6000원
책은 묻는다. “여러분은 질문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라고. 이 질문 앞에서 저자가 숱하게 보았다던 ‘어색한 미소’를 띤 채 잠시 머뭇거렸다. ‘질문’이 동반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누구든 초연해지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천년의 수업>을 통해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의 한 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등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질문이 물수제비처럼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저자는 “자신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묻는 사람의 눈에는 또 다른 길이 보이며,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 넓은 세상이 보일 것”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묻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독려한다.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차이나는 클라스>와 같은 방송을 통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역사 등을 주제로 강연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도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된 고대 그리스인들의 철학과 신화를 끌어와 “현재를 조명”하고, 과거의 역사가 “미래의 지표”로 쓰일 수 있도록 유려하게 생각을 풀어낸다.
저자는 서두에 ‘에포케’(epoche)를 권한다. ‘판단 중지’를 뜻하는 이 에포케가 “질문을 끊임없이 지속해나가는 힘이 될 것이며, 융통성을 갖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의 말처럼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수없는 ‘멈춰 서기’가 자신의 담장을 허물고 이 책을 좀 더 깊숙이 만나도록 돕는다. 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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