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
박준석 글, 이지후 그림/주니어김영사·1만2800원
“첫 번째, 숨이 딸려 운동을 대부분 잘 못 합니다. 두 번째, 운동 능력이 떨어져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습니다. (…) 여덟 번째, 다른 아이들이 툭 치면 ‘발라당’ 하고 넘어집니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누구라도 책임지길 바랍니다. ”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준석(13)은 이날 ‘내가 할 수 없는 여덟 가지’라는 글을 직접 낭독했다. 준석은 우리 나이로 두 살 때부터 이유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결국 폐 기능의 50%를 잃었다. 폐를 절반 잃자 친구도 덩달아 줄었다. 천식 때문에 마음껏 운동장을 달릴 수 없었고, 함께 뛰놀지 못하니 친구도 떠났다. 그런데도 아이는 주눅들지 않았다. “친구들이 나 때문에 시합에서 졌다고 하면 ‘내가 일부러 그러냐?’라고 묻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는 준석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입학 전까지 쓴 글들을 묶은 책이다. 그의 일기에선 희미하게 병원 냄새가 난다. “하얀 수액은 찐득찐득해서 혈관이 아프다.” “어쩔 땐(어떨 땐) 병원이 집보다 편한 느낌이 든다.” “미리 걱정하는 게 잘못된 거지만 나는 아픈 게 무섭다.” 그러나 잇달아 등장하는 천진한 문장들이 이내 약 냄새를 지운다.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기분이 우울하다, 더 실컷 놀걸.” “ 엄마가 학교 면담을 다녀온 후 우리 집은 태풍이 오는 것처럼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책 말미에 담긴 지은이의 목소리는 그의 아픔뿐 아니라 성장까지 보여준다. “(국회에서 발표했던) ‘내가 할 수 없는 여덟 가지’는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입니다. 어른들은 왜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실천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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