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주. 생각
오지윤 권혜상 지음/꼼지락·1만2500원
광주, 해마다 5월이면 어김없이 호명되는 그곳. 1980년 5월18일, 그날 이후 40년이 흘렀지만 어쩌면 광주라는 도시는 군홧발에 짓밟힌 비극적 ‘사건’으로 박제돼 소비되고 있는지 모른다. ‘거대한 산도 시간 앞에선 변하는데, 광주에 대한 생각이라고 다를까.’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감동을 받은 광고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생) 10명을 만나 광주에 대해 물었다. 직업적 능력을 살려, 사건과 역사로만 존재하는 광주를 의미와 가치로 새롭게 ‘리브랜딩’하고자 한 것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밀레니얼들은 “광주 사람이랑은 결혼하면 안 된다더라”는 반감 섞인 말만큼이나, 무턱대고 “나, 광주 스피릿 좋아해” 하고 호감을 표시하는 말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라며 입을 모은다. 나도, 광주도 한 모습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광주라는 도시가 파편적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홍어’ 같은 말들로 서로를 상처 주기도” 하는 거라고 진단한다.
이들은 “한 지역에서 특정 정당에 90% 이상의 표가 쏠리는 것을 정상이 아니”라고 보면서도 “아직까지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폭압당했다’는 식의 수동적인 해석으로 애도하는 데만 그치는 일에도 반대한다. 군홧발로 짓밟던 군인에게서 눈을 돌려, 주먹밥을 나눠 먹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질서를 만들었던 시민에게로 눈을 돌리자고 제안한다. 광주가 진짜 민주주의의 도시, 자유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밀레니얼들 사이에선 “언젠가 한국에서도 동성애 등 민감한 주제가 보편화된다면, 가장 먼저 광주에서 그 정신이 꽃피우면 좋겠다”는 생각도 피어났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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