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다산책방·1만6000원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1981)은 코로나19를 ‘예견’한 작품으로 거론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이 소설과 코로나19의 관련성은 소설 말미에 나오는 한 인물의 말에 근거를 둔다.
“그 물질(=생물무기)은 우한 외곽에 있는 DNA(디엔에이)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우한-400’이라는 이름이 붙었소.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공 미생물 중 400번째로 개발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이었기 때문이오.”
중국 우한에서 개발된 생물무기 ‘우한-400’이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 물질은 “바이러스와 접촉한 지 네 시간만 지나도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으며, “일단 감염이 된 사람은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모조리 죽게” 된다. 코로나19나 ‘우한-400’이나 위험한 바이러스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치사율에서 ‘우한-400’은 코로나19를 훨씬 뛰어넘는다.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이 아직 불확실한 것과 달리, <어둠의 눈>에서 ‘우한-400’은 중국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개발한 생물무기로 묘사된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정치범들에게 이 바이러스를 실험했”다는 작중 인물의 말에서는 중국에 대한 작가의 냉전적 편견과 혐오가 엿보인다.
<어둠의 눈>에는 우한은 물론 중국과 중국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인 과학자가 가져온 생물무기 정보가 미국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그 때문에 아들을 빼앗긴 어머니가 아들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모험과 추적이 할리우드 영화처럼 전개될 뿐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