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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길 형님의 죽음처럼 육영수도 ‘유신 의문사’ 맞지요”

등록 2020-04-12 22:13수정 2020-04-13 02:14

[짬] 전 중앙정보부 요원 최종선씨

전 중앙정보부 요원인 최종선씨는 친형 최종길 교수의 의문사 진상 규명 활동을 계기로 ‘박정희 독재시대 고발서’를 3부작 시리즈로 펴내고 있다. 사진 최종선씨 제공
전 중앙정보부 요원인 최종선씨는 친형 최종길 교수의 의문사 진상 규명 활동을 계기로 ‘박정희 독재시대 고발서’를 3부작 시리즈로 펴내고 있다. 사진 최종선씨 제공

“제 필생의 과업으로 삼아 펴낸 ‘박정희 독재시대 고발서’ 두번째 책입니다. 4·15 총선 이전에 귀국해서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여 안타깝습니다.”

그가 말하는 책은 <산 자여 말하라-겨울공화국 이야기 2-어떤 죽음>(엠씨북스)으로 지난 2월 전자책이 먼저 나왔다. 저자는 “1974년 8월15일 광복절 때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특명수사국(6국)에 특별설치된 ‘박 대통령 저격사건 특별수사본부' 수사통제반 정예요원으로 직접 참여한 경험과 이후 추적과정에서 알게 된 관련 의혹과 새로이 발견된 진실을 종합 정리한 자료집이자 진실 규명과 역사 바로잡기를 축구하는 고발서”라고 소개했다. 앞서 2001년 그가 펴낸 첫번째 책 <산 자여 말하라-겨울공화국 이야기 1-나의 형 최종길 교수는 이렇게 죽었다>(공동선)도 최근 전자책으로 재출간됐다.

‘유신시대 의문사 1호’ 고 최종길 교수의 친동생인 저자는 1981년 중정을 나온 뒤 94년 미국 버지니아로 이주해 살고 있다. 최종선(73)씨를 12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만났다.

1973년 ‘최종길 의문사’ 때 남산 근무
비밀리에 양심수기 남겨 훗날 ‘폭로’
‘산 자여 말하라-겨울공화국 이야기’ 3부작
2001년 이어 두번째 ‘어떤 죽음’ 출간
‘육영수 사건 특명수사국 요원’ 활동

“4·15총선 첫투표 청년들 읽었으면”

최종선씨가 펴낸 &lt;산 자여 말하라-겨울공화국 이야기&gt; 3부작 가운데 1부 ‘나의 형 최종길 교수는 이렇게 죽었다’(2001년·왼쪽)와 2부 ‘어떤 죽음’(2020년·오른쪽) 표지.
최종선씨가 펴낸 <산 자여 말하라-겨울공화국 이야기> 3부작 가운데 1부 ‘나의 형 최종길 교수는 이렇게 죽었다’(2001년·왼쪽)와 2부 ‘어떤 죽음’(2020년·오른쪽) 표지.

이미 알려진대로, 1947년 인천에서 4남2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중앙정보부 정규과정 제 9기를 수석으로 합격했다. 특수훈련을 마친 뒤 감찰실 요원으로 근무중이던 1973년 10월 그는 어느 사건에 대한 수사협조 요청을 받고 둘째형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와 함께 남산의 중정에 웃으며 자진출두했다. 그러나 사흘 뒤 형이 간첩혐의를 시인하고 7층에서 투신자살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며칠 뒤 중정 차장 김치열과 대공수사국장 안경상의 ‘조작 기자회견’ 방송을 보던중 그는 ‘졸도’를 가장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병동에 입원, ‘유언수기’를 기록해 함세웅 신부에게 비밀리에 맡겼다. 1988년 ‘최 교수의 억울한 죽음과 명예회복’을 이뤄내는 데 결정적인 몫을 해낸 그의 양심수기는 현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사료로 보관중이다.

이번에 나온 두번째 책의 부제인 ‘어떤 죽음’은 의문의 총성과 함께 죽어간 육영수의 사망 사건을 말한다. 이 역시 그가 직·간접으로 겪었다는 점에서 ‘양심수기’의 연작인 셈이다.

‘1974년 8월 15일 나는 여름휴가 중에, 바로 전날 새 집으로 이사를 한 노곤함으로 느즈막히 일어나 티브이를 켰다. 순간 ‘육영수 위독’이라는 자막을 처음 보았다. 원래 규정상 모든 직원은 이사 계획과 새 비상연락망을 사전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나는 그리 하지 않고 그냥 이사해버린 상태였다. 내가 뭐 그리 충성스러운 정보부원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다른 일도 아닌 박정희 암살 미수 사건이라니…. 나는 급히 동네 공중전화로 사무실에 연락을 했다. “당장 들어와!”, 윤아무개 과장의 고함에 귀가 멍멍했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남산 특명수사국(6국) 정문 앞에 도착해 막 내리는 순간, 정보부 고유의 무전 안테나를 장착한 일제 직수입 검은 코로나 승용차들이 전조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몰려오더니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나와 문세광(일본인 요시이 유키오로 알려진)이 동시에 중정 특명수사국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의 남편 박정희와는 형님의 의문사로 악연을 맺었다면, 육영수와의 연은 그 죽음의 진상을 조사하는 특별수사본부 요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육영수의 죽음 또한 거짓과 조작으로 진실이 감추어진, 독재자 박정희 치하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의문사임에 다름없습니다.”

실제로 그는 책에서 ‘육영수 의문사’의 근거를 세가지 의혹으로 정리하고 있다. ‘1974년 8월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 29주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여러 설과 의혹은 사건 발생 4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왔지만, 알고 보면 그 진상은 실로 아주 간단하고도 명료한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제기된 그간의 의혹을 정리해 보면, 첫째 중앙정보부의 문세광 배후 공작과 사건 조사 내용 조작, 둘째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그날의 경호와 대통령 경호실, 세째 박정희 관련설로 대별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의혹의 배경으로 ‘박정희의 헛된 야망’을 지목했다. “1972년 이른바 ‘10월유신’으로 종신집권을 꿈꿨으나 불운은 바람 잦은 강의 너울처럼 겹쳐왔습니다.”

‘1973년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김대중을 납치·살해하려다 발각되며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게 그 시작이었다. 미국도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 여론은 연일 인권을 거론하며 동북아시아의 독재자를 압박했다. 학생들과 지식인들도 유신독재에 반기를 들었다. 최종길 교수를 고문살해하고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을 조작하고 국민을 겁박했으나 민주화를 위한 행진은 멈추질 않았다. 수많은 희생과 한 맺힌 죽음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의 의로운 희생은 공포정치의 핏빛 커튼에 가려 묻혀갔다. 정인숙 여인, 장준하 선생, 김형욱 전 중정부장…, 의문 속에 죽어갔다.”

최씨는 “물론 나 역시 진실의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며 육영수를 죽인 범인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내가 기억하는 사실, 내가 품은 의혹을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내 조국 대한민국에 의로운 자들이 있어 그 진실을 추적하여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그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첫번째 책 출간 이후 18년만에 다시 펜을 든 이유는 분명히 밝혔다. “2001년 갓 태어난 분들이 어엿한 조국의 젊은이로 성장해, 나라의 주인으로서 2020 총선에서 첫 투표를 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선택과 결단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 맞춰 젊음이들에게 과거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 조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나마 된다면 여한이 없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알 수 있고,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고 하지 않느냐”라고 말을 맺었다.

<산 자여 말하라-겨울공화국 이야기 3-못 다 한 이야기>(가제)도 편집 작업 중이어서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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