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오수완 지음/나무옆의자·1만3000원
오수완(
사진)의 소설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순수한 공상의 산물이다.
호펜타운이라는 가상의 소도시에 있는 도서관이 폐관을 결정하면서 책들을 처분하기에 이른다.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도서관에는 특히 사람들이 자신이 쓴 원고로 직접 만든 책을 기증한 ‘사가본’이 많았다. 도서관은 기증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책을 회수해 가도록 했지만 유독 빈센트 쿠프만만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이에 도서관 사서이자 도서관장 대리인 에드워드 머레이는 쿠프만의 책 서른두 권의 목록을 작성하고 각각의 간략한 내용과 그에 대한 자신의 평을 담은 카탈로그를 작성한다. 이 카탈로그에 사서 머레이와 도서관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더한 것이 이 소설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다.
‘쿠프만 컬렉션’은 장르와 주제, 형식과 문체가 제각각이라 할 정도로 개성적이다. 아내를 여의고 파리를 여행하다 죽는 남자를 등장시킨 소설, 보르헤스의 소설로 만든 발레극을 상연하기 위한 무대와 의상 스케치, 야외에서 사랑을 나누려는 연인들을 위한 안내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각색한 그래픽 노블, 본문은 사라지고 육필 주석만 남은 수학 책 등등. 문제는 이 다양한 책들의 저자가 기증자인 쿠프만 자신이며 자신의 원고를 책으로 제작한 이 또한 그일 것으로 짐작된다는 것. 그는 도대체 왜 이런 책들을 쓰고 또 만든 것일까.
“지겨워서”라는 것이 소설 속 한 등장인물의 그럴듯한 짐작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그보다 한결 ‘있어 보이는’ 답을 찾을 수 있다. 역시 쿠프만 컬렉션 중 한 권인, 세상에 없는 책들에 관한 소개인 <당신이 읽을 수 없는 100권의 책>에 대한 머레이의 설명이 그것이다.
“아마 그는 자신이 상상한 책들을 함께 상상하고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누군가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어쩌면 한 발 더 나아가, 독자가 자신만의 환상적이며 사실적인 책들의 목록을 만들기를, 그리고 그 책들을 찾아 나서기를, 즉 그것을 직접 쓰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이 설명은 쿠프만 컬렉션만이 아니라 그것을 소재로 삼은 오수완의 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로도 요긴하다. 무목적적인 공상의 즐거움을 담은 이 소설은 독자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욕구에 휘말리게 만든다.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 속 책 그림은 작가가 직접 그렸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나무옆의자 제공